[책]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지승호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
2010년 4월 어느 날 점심 무렵, 혜화동 동숭아트센터 커피숍에서 배우 인터뷰가 잡혔다. 내가 좋아하는 극단 '차이무'의 이상우 연출이 만든 영화 홍보를 겸해 만나는 자리였다. 인터뷰가 확정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뷰이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보는 것이었다. 영화에서 그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당시, 비중 있는 조연도 아니고 주로 단역이었다.). 시간이 되자 그가 도착했다. 나는 97년 여름, 차이무의 연극 '평화 씨!'를 보러 갔다가 매표소 옆에서 그와 동료 배우 박원상이 러닝셔츠 바람으로 담배를 맛있게 피우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학로 출신 영화배우가 그렇듯이) 자기 연극을 좋아하고 극단 팬이라고 말하는 인터뷰어 앞에서 그는 완전히 무장해제 되었다. 예정은 1시간이었으나 3시간을 넘게 걸렸다. 그가 묻지 않은 것까지 다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inter+view 즉 사이에서 보는 일이다. 나는 3시간여 동안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평론가와 영화배우, 그와 영화, 그의 영화와 그의 연극 사이를 끊임없이 훔쳐보고 엿보고 살펴보았다. 인터뷰 잘하기로 정평이 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지승호다. 특히 영화배우와 감독 인터뷰는 어떤 평론가도 기자도 전문 인터뷰어도 따라가기 힘든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의 인터뷰는 무척 길고 몹시 길고 악명 높게 길다. 하지만 장담컨대, 지승호의 인터뷰를 읽는 순간, 그가 포착한 대상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과 역사를 모조리 섭취할 수 있으리라.
지승호는 인터뷰 대부분을 문답식으로 기록한다. 현장의 숨결을 보존하고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인터뷰어가 임의로 해석하는 것을 방지하는 길은 그날 그 자리에서 말한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뿐이라고. 그래서 지승호는 인터뷰는 팩트(Fact)를 스토리(Story)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기록을 위한 재료 수집 과정이 인터뷰라는 얘기다.
인터뷰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호기심'이다. 그가 얼마나 좋은 인터뷰어인지를 알려주는 사례가 책에도 담겼다. 예컨대 어느 평론가가 지승호가 쓴 책을 제자들에게 권해준다고 해서 궁금한 나머지 물었다. "선생님, 제 책을 왜 권하시는 건가요?" 그 선생의 답은 이랬다. "너는 정말 궁금해하더라!"
"인터뷰는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과의 싸움"이라는 정의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다. 많은 지식인이 인터뷰어로 나서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인터뷰에 실패한다는 말. "특히 스스로의 지적 능력을 과신할 때 그런 일이 많이 생깁니다." 이어지는 경구. "인터뷰어는 원하는 답-인터뷰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얻어내고 듣는 사람이지, 대화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터뷰는 인터뷰이와 독자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라 말하고, 누구보다 빼어난 인터뷰 작가이면서도 인터뷰를 잘하는 법은 왕도가 없다고 강조하는 지승호. 그가 힘주어 말하는 것. "인터뷰 대상에 대해 충분히 알고 가는 것.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인터뷰 대상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체크는 하고 가는 것. 사람에 대해 충분히 알고 가되 인터뷰의 기본은 듣는 일이란 것을 잊지 않을 것. 약속 시간에 늦지 않을 것. 인터뷰이와의 약속을 지킬 것." 너무 쉽고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의외로 이걸 지키지 않는 인터뷰어가 천지삐까리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고 귀하다. 지승호가 쓴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