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남 편중 투자와 TK 소외, 빛바랠 영호남 화합

입력 2026-07-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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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광주·전남 서남권 8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 후 '지역 갈라치기'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과거 누적 투자량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국가균형발전'의 명분을 강조했지만, 정작 전력·용수·인력 등 반도체 입지의 객관적 조건에 대한 의문 탓에 '정치 논리로 결정됐다'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역대 민주당 정부 때도 '최소한의 지역 안배는 있었다'는 통합 정책들까지 소환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지역 인식에 대한 심각성을 더한다.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국가균열발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반도체 호남권 편중(偏重) 투자와 TK 소외가 맞물리면서 오랫동안 공들여 온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달빛동맹'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가 화합해 지역주의의 낡은 벽을 넘어 보자며 시작된 달빛동맹은 2·28 민주운동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함께 기리고, 달빛철도 건설,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등을 추진하는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적 운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합이 국가 예산과 전략산업의 편중 및 소외라는 현실 앞에서 빛이 바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대구·경북에 뿌리내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전공정 팹이 들어서는 호남으로 대거 이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행정통합과 신공항 건설에서 '패싱'을 경험한 대구·경북으로선 지역 강세 산업인 반도체까지 내어 줄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렇지만 영호남의 화합 노력은 중단돼선 안 된다. 영호남 갈등은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갉아먹은 고질병이었다. 그 벽을 허물기 시작한 것은 달빛동맹의 성과였다. 위기에 처했지만 오히려 화합을 더욱 공고(鞏固)하게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상징적인 차원을 넘어 지역의 반도체 관련 대학 및 인력, 산업 상호 보완 등 실물 경제 협력 단계로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