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인력은 국가적 자산, 지역 정주형 연구·교육 도입해야"

입력 2026-06-30 1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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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경북대 인문대학장 인터뷰
"인문·사회과학대학 통폐합 증가… 시간강사 기회도 부족"
"정부, 지역 정주형 연구 생태계 조성 적극 나서야"

윤영순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장
윤영순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장

"박사가 너무 많아서 취업이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박사 인력을 받아줄 연구 기반과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윤영순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장(노어노문학과 교수·전국국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은 신규 박사 3명 중 1명이 무직이라는 통계와 관련해 "현장의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윤 학장은 특히 인문·사회 분야 박사들이 처한 현실이 더욱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학문 분야 학위 취득자의 진로는 현실적으로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 갈래로 제한돼 있다"며 "연구를 계속하려면 전문 연구기관이, 교육자로 활동하려면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이 필요한데 현재는 어느 쪽도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안정적으로 학문에 매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인문·사회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연구지원 체계도 문제로 꼽았다.

윤 학장은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인문·사회 분야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다"며 "이공계는 국가출연연구기관과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 국책사업 등 다양한 진출 경로가 있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신진 연구자들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공간과 제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상황은 수도권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으로 지역 대학들은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을 통폐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학과 자체가 사라지면서 시간강사로 첫발을 내디딜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남아 있는 인문학 연구기관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시간강사나 계약직 교수 같은 최소한의 일자리조차 지역에서는 하늘의 별 따기인 만큼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윤 학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사 과잉 공급'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AI 시대를 맞아 국가 주권 AI 개발이 화두가 되면서 한국어 데이터 정제와 언어학 연구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대학들은 국어국문학과를 폐과하거나 문화콘텐츠 등 유행하는 학과로 전환했고, 해외에서는 한국학 수요가 폭발하는데도 국내에서는 전문 연구자를 찾기 어려운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동 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국제 정세가 국가 경제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관련 지역 전문가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박사 인력은 단순한 미취업자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윤 학장은 정부가 지역 정주형 연구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지역인재 양성 정책은 산업체 연계와 이공계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며 "진정한 지역 정주는 지역 사회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지역 출신 박사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연구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지역 정주형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