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올해 수능부터 스마트안경 반입 금지 검토…감독 강화
토익·국가기술자격시험서 잇단 적발…AI 웨어러블 악용 현실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문제 풀어줘." "정답은 1번입니다."
지난 20일 유명 IT 유튜버 '테크몽'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모의고사를 푸는 모습이 등장했다. 안경 측면 카메라로 문제를 비추자 정답이 렌즈에 즉시 표시됐고, 30문제를 푸는 데 걸린 시간은 18분, 채점 결과는 96점이었다.
AI 스마트안경을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시험 부정행위 방식도 진화하고 있어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부터 스마트안경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AI 기능이 탑재된 콘택트렌즈와 초소형 이어폰 등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신기술까지 잇따라 등장하면서 수능은 물론 각종 국가시험과 대학 시험의 감독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안경 넘어 AI 웨어러블 시대…국내외 부정행위 현실화
지난 5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스마트안경은 일반 안경처럼 착용한 상태에서 사진·영상 촬영은 물론 정보 검색과 통화, 실시간 번역, 생성형 AI 질의응답까지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다. 시험 도중 문제를 촬영해 AI에게 답을 요청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부정행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지난달 10일과 31일 치러진 토익(TOEIC) 정기시험에서는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부정행위를 한 응시자가 각각 1명씩 적발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같은 달 시행한 전기기사 컴퓨터 기반 시험(CBT)에서도 응시자 3명이 스마트안경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 초 대학생들이 스마트안경을 빌려 시험 문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한 사실이 드러나 안경 대여 시장까지 형성됐다. 일본에서도 2024년 와세다대학교 입시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고, 스마트안경과 초소형 마이크를 활용한 토익 대리시험 사건으로 수백 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되기도 했다.
메타가 스마트안경을 국내에 공식 출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AI 웨어러블 기기를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기기의 소형화와 고성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험 부정행위 수법도 더욱 지능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당국 "수능 반입 금지 검토"
AI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 우려가 커지면서 일선 학교는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국가 단위 시험을 관리하는 교육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시험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특히 오는 11월 치러지는 수능에서는 반입 금지 물품에 스마트안경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교육청도 지난 24일 관내 학교에 공문을 보내 정기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예방하도록 안내했다. 공문에는 "평가 시행 전 감독관과 학생, 학부모에게 스마트안경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안내해야 한다"며 "일반 안경보다 안경테가 두껍거나 시험 중 안경다리를 반복적으로 만지는 등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학생을 예의 주시하고 의심스러운 경우 시험 종료 직후 확인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역 고교 교사 김모(45) 씨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일부 제품은 얼핏 보면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스마트안경에 이어 AI 기능이 탑재된 콘택트렌즈와 초소형 이어폰까지 상용화되면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 중인 스마트안경 5종을 분석해 학교에 안내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사례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감독관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현재까지 대구 지역 학교에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도 대응책 마련
잇따른 부정행위 논란을 계기로 지역 대학들도 시험 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매일신문이 이날 경북대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영남대(대학명 가나다 순)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최근 3년간 교내 중간·기말고사 등에서 스마트안경이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 적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학들은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확산으로 향후 시험 부정행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사 대상 대학 대부분은 스마트안경이나 스마트워치 사용을 직접 명시한 별도 규정은 없지만 시험 부정행위 처벌 규정이나 학업성적처리 내규를 근거로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영남대는 최근 신종 전자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6월 각 단과대학과 교수들에게 시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모든 전자기기를 반입 금지 대상으로 안내하고 안경테를 반복적으로 조작하는 등 의심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북대는 현재까지 관련 적발 사례는 없지만 앞으로 시험 감독 안내 과정에 AI 웨어러블 기기 관련 유의사항을 반영할 방침이다. 또 생성형 AI 활용 윤리 교육과 서약서 운영 등을 통해 책임 있는 AI 활용 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명대는 조교 활용과 추가 감독관 배치 등을 통해 시험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웨어러블 기기 관련 부정행위 예방 가이드라인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대 역시 AI 웨어러블 기기가 아직 시험장에서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사례가 늘어날 경우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학업성적처리 내규를 근거로 시험 전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라스 등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확산에 맞춰 관련 내규 보완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스마트안경이 대학 시험장에서 직접적인 문제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기존 감독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수능은 물론 국가자격시험과 대학 시험까지 새로운 유형의 AI 부정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와 감독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