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모 전 강릉시립미술관 솔올 관장
"예술 작품은 과거가 지금 우리에게 보내는 미래의 편지입니다."
김석모 전 강릉시립미술관 솔올 관장은 29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이미지를 읽는 능력이야말로 오늘날 필요한 인문학적 통찰"이라고 강조했다. 분절된 정보를 지혜로, 흩어진 지식을 통찰로 바꾸는 힘이 예술과 이미지 리터러시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미술사와 이미지 인류학-분절된 이미지, 단절된 시간, 연결되는 기억'을 주제로 미술사를 단순한 작품 감상의 영역이 아니라 한 시대와 인간을 읽어내는 방법으로 풀어냈다.
김 전 관장은 자크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와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비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1784년 제작된 다비드의 작품은 국가를 위해 결투에 나서는 호라티우스 형제와 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비극을 담고 있다. 남성들은 결의에 차 있지만 여성들은 슬픔에 잠겨 있다. 그는 "이 그림은 국가와 개인의 희생을 동시에 다루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1872년 제작된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특정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 항구의 새벽 풍경과 빛, 공기, 순간적 인상을 포착할 뿐이다. 김 전 관장은 "다비드의 그림은 스토리가 있지만 모네의 그림은 스토리를 말하지 않는다"며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언어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두 작품 사이 약 90년을 미술사적 전환의 시간으로 해석했다. 왕정과 국가, 거대 서사의 시대에서 산업혁명과 시민사회 이후 개인의 감각과 지각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거대 서사에서 지각의 경험으로 전환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르네상스 미술에 대해서는 마사초의 '성삼위일체'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작품에 적용된 원근법을 단순한 회화 기법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로 봤다. "원근법의 진정한 혁신은 보이는 현상 뒤에 보이지 않는 원리와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체 해부와 방대한 기록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됐다.
김 전 관장은 "미술의 양식은 화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한 시대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했다. 따라서 미술사를 읽는 일은 과거의 이미지를 통해 한 시대의 사고방식과 감각을 읽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을 '분절된 이미지의 시대'로 규정했다. 스마트폰과 SNS, 짧은 영상 콘텐츠 속에서 이미지는 끊임없이 소비되지만 기억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곧바로 다음 이미지로 대체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를 '현재주의'라고 설명하며 "과거와 미래의 시간 축이 무너지고 현재의 자극만 반복되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이미지를 그렇게 소비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도 그렇게 소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업주의와 미술 시장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비싼 그림을 산다고 해서 그 그림을 아는 것은 아니다"며 "상업주의는 그림에 대한 이해를 속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술이 고가 거래나 사기 사건 중심으로 소비될 때 예술에 대한 인식이 '돈이 되는 그림'으로 좁아질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관장은 전통적인 미술사의 직선적 시간관을 넘어 이미지 사이의 연결을 읽는 '성좌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밤하늘의 별들이 흩어져 있어도 누군가는 그 안에서 별자리와 이야기를 찾아내듯, 미술사도 시대와 지역을 넘어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업을 예로 들며 과거와 현재, 디지털과 전통의 연결을 설명했다. 호크니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지만, 긴 화면을 따라 걸으며 감상하는 방식은 중세의 바이외 태피스트리를 떠올리게 한다. 김 전 관장은 "예술은 시대를 연결하고 이미지 리터러시는 그 연결을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