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하루 8% 급등했지만 개미는 울상
시총 상위 50종목 중 33종목 5월 고점 대비 마이너스
거래대금 부진·개인 매도세 지속…"추세적 반등 아직"
"8% 올라도 느낌은 아직도 12%정도 빠진 기분. 고점 대비 반토막이라 그런가."
"상한가 쳐도 -30%. 갈 길이 멀다. 반도체 ETF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두 배는 올랐을 거다. 그동안 너무 박살 나서 올라도 그다지 기쁘지가 않다."
"코스닥이 오늘 불을 뿜어서 가는데도 내 종목은 거래량도 붙지 못하고, 올라도 상승분 만큼 오르지도 못한다. 이럴 때 그냥 손절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 갈아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29일 코스닥 지수가 8% 넘게 급등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목토론방에는 환호 대신 신중론과 갑론을박이 이어집니다. 지수는 하루 만에 뛰었지만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에게는 본전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 지수가 고점(1213.74)을 찍었던 5월 4일 대비 시가총액이 늘어난 종목은 17개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33개 종목은 두 달 전보다 시가총액이 줄었습니다. 지수는 하루 만에 8.13% 올랐지만 시총 상위 절반 이상이 여전히 5월 고점에서 한참 내려선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입니다.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삼천당제약입니다. 5월 4일 9조6058억원이던 시가총액은 6월 29일 5조5946억원으로 41.76% 줄었습니다. 우리기술도 3조6871억원에서 2조1502억원으로 41.68% 감소했습니다. 펄어비스는 3조7585억원에서 2조3158억원으로 38.39%, 성호전자는 3조816억원에서 2조178억원으로 34.52% 빠졌습니다.
이어 케어젠(-31.69%), 보로노이(-31.09%), 리노공업(-29.39%), 펩트론(-25.31%), 솔브레인(-25.30%), ISC(-24.89%) 순으로 하락폭이 컸습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 4위권 내 종목들의 하락률은 24% 수준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종목 상당수가 지난 29일엔 큰 폭으로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에코프로는 전날 23.69% 급등 마감했고, 넥스트장에서는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펩트론(19.64%), 보르노이(17.68%), 삼천당제약(13.30%) 등도 두자릿수 상승했습니다. 하락 상위 10개 종목 중 8개가 전날 플러스로 마감했는데요. 그러나 하루 두 자릿수 급등에도 5월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25~42% 낮은 수준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처럼 코스닥 지수가 8% 급등했음에도 환호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코스닥 반등의 직접적 계기는 반도체였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고,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그간 낙폭이 컸던 코스닥 바이오·2차전지로 순환매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정책자금이 불을 지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방산기업 LIG D&A와 신약개발기업 리가켐바이오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코스닥 기업인 리가켐바이오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자 시장은 이를 정책자금의 본격적인 성장주 투자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그간 반도체로의 집중에 코스닥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가 있었지만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에 대한 기대가 점차 부각되는 모습"이라며 "이차전지와 바이오 등 코스닥 시총 상위 업종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코스닥 온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코스닥이 8% 급등한 전날 거래대금은 8조1362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이 9조7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수가 8% 뛴 날조차 평소 수준이거나 적었던 것입니다. 급등에 동참한 매수세가 폭넓게 유입됐다기보다 일부 종목에 단기 매수가 몰린 결과로, 추세적 반등으로 해석하기엔 아직까지 거래대금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개인 순매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날에도 개인은 코스닥에서 5272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기관(5041억원)과 외국인(265억원)이었습니다. 같은 날 개인은 코스피에서 4조59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 2조9242억원, SK하이닉스 2조4781억원으로 두 반도체주에만 5조원 넘게 쏠렸습니다. 개인 자금은 코스닥보단 반도체 대형주로 향한 셈입니다.
개인의 코스닥 이탈은 연중 흐름에서도 뚜렷합니다.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개인은 코스닥에서 9조866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피에서는 93조7360억원을 사들였습니다. 코스닥의 핵심 수급 기반인 개인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와 상장지수펀드(ETF)로 빠르게 이동한 결과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소외주로 매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보다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쏠립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쏠림이 바람직한 랠리인지를 묻기 전에 이익 모멘텀(동력)의 차별화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메모리를 앞세운 주도주 중심의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6월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쏠림이 심해 확산의 반작용이 1~2주 지속될 수 있지만 일시적 흐름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연구원은 "아직 인공지능(AI) 및 메모리 사이클이 끝났다고 단언하기 어렵기에 일시적인 확산 장세를 전망한다"면서 확산 장세에서는 반도체 소부장보다는 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 소외주의 반등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내달 1일 코스닥은 출범 30주년을 맞습니다. 이를 기념해 한국거래소가 개최하는 기념식에서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 시장 개편 방향이 공개될지 주목되는데요. 다만 정책 기대만으로 시장의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실제 실적 개선과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형 반도체 랠리를 이어갔지만 코스닥은 상승장에서 덜 오르고 조정장에서는 더 흔들렸다"며 "앞으로의 시장은 정책자금, 실적 개선, 인공지능(AI) 산업 병목이 만나는 기업이 먼저 재평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