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만한 곳이 없어요" 신규 박사 3명 중 1명 백수, 역대 최대… '구직 중단' 배 늘어

입력 2026-06-30 15: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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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중 '무직자' 33.3%… 처음으로 30%대 넘어
30세 미만 청년박사 2명 중 1명은 '백수'
비수도권·비이공계 분야 박사들 일자리 찾아 서울·세종行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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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강사만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역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초반 박사 A씨는 박사학위를 받고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과정이 '바늘구멍' 같다고 말했다.

아동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A씨는 현재 대학 강사로 연구와 강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에서 전공을 살려 지원할 수 있는 연구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다. A씨는 "정책 연구 분야로 진출하려면 지역의 개발원이나 연구원 등을 주로 보게 되는데 대구·경북으로 한정하면 두세 곳 정도에 불과하다"며 "부산·울산·창원까지 범위를 넓혀도 6~7곳 수준이라 자리가 매우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을 봐도 서울이나 세종 등 다른 지역으로 가려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은 되는 것 같다"며 "지역을 좋아해도 전공을 살릴 일자리가 없으면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어렵게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백수 박사'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장에서는 청년층과 여성, 비수도권 인문·사회과학 분야 박사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대 청년 박사 절반 이상 '백수'

30일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5년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1만498명 가운데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66.7%였다.

반면 미취업자는 27.7%,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5.6%였다.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를 합한 '무직자' 비율은 33.3%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신규 박사 무직자 비율은 2018년까지 20%대 중반을 유지했지만 2019년 29.3%로 급등한 뒤 지난해 33.3%까지 치솟았다. 전년보다 3.7%포인트(p) 증가해 역대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임교수와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연구개발(R&D) 등 박사급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청년층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30세 미만의 무직자 비율은 51.1%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박사급 일자리의 대표적인 진출처인 대학에서도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전임교원 채용은 줄고 비전임교원 채용은 늘면서 청년 박사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교육부의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고등교육기관 전임교원은 8만6천701명으로 전년보다 617명(0.7%) 감소한 반면 비전임교원은 15만3천923명으로 4천261명(2.8%) 증가했다.

◆전공·성별 격차 뚜렷…비수도권은 더 열악

취업에 성공한 박사들 사이에서도 전공과 성별에 따른 소득 격차는 뚜렷했다.

지난해 취업한 신규 박사 7천5명 가운데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비율은 15.9%로 전년(14.4%)보다 1.5%포인트 늘었다. 반면 연봉 2천만원 미만은 10.4%, 2천만~4천만원은 27.2%로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전공별로는 경영·행정 및 법 분야의 고소득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연봉 1억원 이상 비율은 경영·행정 및 법이 29.8%로 가장 높았고 보건 및 복지(26.5%), 정보통신기술(ICT·24.1%)이 뒤를 이었다. 반면 예술 및 인문학은 3.7%에 그쳤다.

저소득 비중은 인문·사회계열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봉 2천만원 미만 비율은 예술 및 인문학이 26.8%로 가장 높았고 교육(19.0%), 사회과학·언론 및 정보학(14.9%) 순이었다.

성별 격차도 뚜렷했다. 지난해 신규 박사 가운데 무직자 비율은 남성이 29.6%인 반면 여성은 38.4%로 8.8%포인트 높았다. 취업 후 임금 수준에서도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는 남성이 20.6%로 여성(8.3%)의 두 배 이상이었고, 연봉 2천만원 미만 저소득자는 여성(17.2%)이 남성(6.3%)보다 크게 높았다.

30대 초반 비이공계 분야 여성박사 B씨는 "지역의 한 연구기관 면접에서 결혼·출산과 육아 계획을 묻는 질문을 면전에서 받은 적이 있는데, 합격하더라도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쾌했다"며 "이 같은 인식 속에서 여성 연구자들은 출산 시기를 늦추거나 학위 과정 지연까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에 어려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기회와 연구 인프라가 부족한 비수도권의 비이공계 박사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현실이다.

지역 4년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년째 강사로 일하고 있는 C씨는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안정적인 공공기관이나 대학 교원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학 밖에서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는 박사학위자가 전문성을 펼칠 연구기관이나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며 "지역마다 인문사회 연구기관이 더 많이 생긴다면 박사 인력들이 지역에 정착해 연구를 이어갈 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