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여름의 대구는 뮤지컬로 숨 쉬는 특별한 도시다. 뜨거운 햇살 아래 도시의 온도는 높아지지만, 무대 위에서 더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이다. 이 축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초의 국제 뮤지컬축제로 대구시가 주최하고 (사)대구뮤지컬페스티벌이 주관하는 뮤지컬 전문페스티벌이다. 2006년 Pre를 시작으로 2007년부터 공식초청작(7편), 창작지원작(5편),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15편) 등으로 편성되어 본격화되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딤프(DIMF)'라는 애칭으로 유명하다.
그간 대구의 여름을 바꾸어 놓은 DIMF의 20년은 단순한 축제의 역사가 아니라 대구가 '뮤지컬 도시'로 정의해 온 시간의 축적이다. '아시아 최대', '세계 최초'의 국제 뮤지컬 축제라는 수식어를 넘어, 하나의 장르와 산업을 견인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DIMF는 공식초청작 14편·창작지원작 6편 등 7개국 총 35개 작품, 122회 공연으로 구성된 역대 최다 규모의 라인업으로 구성되었다.
◆20년간 410작품, 1천666회 공연
DIMF는 해외 프로덕션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대중성과 예술성 등을 고려해서 세계 각국의 뮤지컬을 소개하고 있다. 20년간 DIMF의 무대를 거쳐 간 작품은 23개국의 410개로, 1,666회에 이르는 공연의 흔적을 남겼다. DIMF를 거쳐 간 나라는 대륙별로 다양하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서남부 유럽과 스웨덴, 체코, 러시아, 슬로바키아 등 유럽의 많은 나라가 함께했다. 카자흐스탄, 중국, 태국, 대만 등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국가와 함께, 국가 간 공동 제작된 뮤지컬도 선보여 온 DIMF는 세계 뮤지컬의 교차로다.
또한 DIMF는 신작 뮤지컬 발굴 및 제작을 지원하는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창작의 플랫폼이다. 1회 축제부터 창작뮤지컬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지원하며 올해까지 92편의 신작을 발굴했다. 그중 작품 '유앤잇'은 한국 최초로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영어로 현지화되기도 했다. 대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세계로 확장되는 이 흐름은, DIMF가 창작뮤지컬 육성의 산실 역할을 해 왔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DIMF는 뮤지컬 전공 대학생들을 위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한국뮤지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DIMF 뮤지컬아카데미', 'DIMF 뮤지컬 스타' 등을 운영하며 사업 스펙트럼을 확장해 왔다.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과 뮤지컬 스타 경연대회는 이 무대에서 첫발을 내디딘 젊은 예술가들이 훗날 DIMF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구조를 보여주는 미래를 향한 또 다른 통로다.
또 2015년부터 지역 처음으로 전액 무료 운영해 온 뮤지컬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뮤지컬 아카데미'는 2025년까지 11년간 극작가·작곡가·배우 등 뮤지컬 전문인력 435명을 배출했다. 20주년을 맞은 2026년부터는 종합 교육 플랫폼 '딤프 뮤지컬 캠퍼스'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인재 양성 체계를 한층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뮤지컬 아카데미가 창작자·배우 중심이었다면, 뮤지컬 캠퍼스는 창작·실연·제작 등 뮤지컬 생태계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역할을 하면서 산업의 뿌리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역 뮤지컬 시장 1번지로 자리잡아
DIMF가 개최되는 동안 관람객들은 20여 개 이상의 다양한 뮤지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는 'DIMF 창작지원사업' 선정 작품들과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한 대학 뮤지컬 공연도 포함된다. 부대행사로는 흥미로운 거리축제인 '딤프린지(DIMFringe)'가 공연장 안의 감동을 거리로 확장시킨다. 딤프린지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일종으로, 예술가들이 거리에서 시민과 함께 공연하며 DIMF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뮤지컬이 어렵고 낯설거나 공연 관람이 여의치 않은 단체들을 위해 '찾아가는 DIMF' 행사를 통해 일상의 공간까지 예술을 끌어들이며 뮤지컬 대중화에 애쓰고 있다. 예술은 특정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로 확장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메시지다.
대구는 뮤지컬의 탈서울 현상을 주도하는 지방 뮤지컬 시장의 1번지이다. 이에 대구는 많은 뮤지컬 배우들과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 다음으로 많은 뮤지컬 수요자를 확보하고 있으면서, 1천석 이상의 대형공연장이 10여 곳이나 되는 등 타 지역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공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최대의 뮤지컬페스티벌인 DIMF가 있다. 뮤지컬 전문가와 배우들은 서울에서도 만나기 외국의 좋은 작품들을 DIMF에서 볼 수 있어서 대구를 선호한다고 한다.
◆국내 창작뮤지컬 첫 해외 라이선스 수출 이뤄
DIMF를 개최한 2007년 이후 뮤지컬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유럽과 중국의 대표적 문화기업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문화 분야 국제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 왔다.
아울러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애프터 라이프' 등을 제작하여 새로운 콘텐츠 개발 및 글로벌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DIMF가 자체 제작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2011년 초연 이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국내 장기공연을 비롯해 중국 5개 도시에서 초청공연을 선보였다.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해외 라이선스 수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DIMF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한국 창작뮤지컬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고, 콘텐츠 산업의 실험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 한국뮤지컬 미래를 준비하는 'DIMF 뮤지컬 스타 경연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 발굴을 위한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DIMF는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자원활동가 시스템인 '딤프지기'를 운영하고 있다. 딤프지기가 되고 싶어 대구에 몰려든 청년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 지원자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매니저를 포함해 3,101명이 딤프지기로 참여하였다. 수천 명의 청년이 이 DIMF를 함께 만들어가며, 자원활동가의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다.
DIMF의 역사는 2007년 제1회부터 2026년 제20회까지, 단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DIMF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비대면 콘텐츠로 형식을 바꾸면서 축제의 맥을 이어왔다. 중앙정부도 아닌 지역에서 창작 지원과 인재 양성, 국제교류를 통해 축제 이상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DIMF는 대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뮤지컬의 미래를 쏘아 올리는 킬러 콘텐츠이다.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특화된 축제로 브랜드를 강화해 가고 있는 DIMF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 '지역 유일'이라는 수식어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DIMF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 해답으로 제시되는 것이 '뮤지컬콤플렉스'다. 뮤지컬 개발 단계에서의 테스트마켓, 창작뮤지컬의 완성도 검증을 위한 게이트 키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전용극장을 중심으로 한 창․제작 전문시설, 뮤지컬 전문 자료관, 실습 및 워크숍, 업무 및 편의시설 등을 갖춘 전초기지인 뮤지컬콤플렉스의 구축 필요성이 크다. 이 복합 인프라는 DIMF를 단순한 축제가 아닌 '뮤지컬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가 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세계 뮤지컬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