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투자도 안정적으로"…1兆 PI운용팀장 출신 김명진 미래에셋證 PB[진격의 프라이빗뱅커]

입력 2026-06-26 11: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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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자산가 영업 전문 김명진 '더 세이지 패밀리오피스' 팀장
"인플레이션 시대, 원칙 집중하며 공격적으로 주식 자산에 무게"
"본사 검증한 글로벌 비상장 딜, VIP 포트폴리오로 직접 연결"

초고액 자산가의 포트폴리오는 흔히 '지킴'의 영역이다. 부동산·채권·달러로 분산해 자산을 보존하는 게 일반적인 그림이다. 그러나 김명진 미래에셋증권 '더 세이지 패밀리오피스' 팀장(사진)이 그리는 그림은 한결 다르다. 채권이 매력적일 때는 채권으로,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유리할 때는 그쪽으로 비중을 옮기는 정통 자산배분이 큰 축이지만 시장이 분명한 사이클을 형성할 때는 주저 없이 공격적 자산으로 무게를 싣는다.

실제로 지난해 합류 이후 그가 자산가 고객 일부에게 권한 포트폴리오는 SK하이닉스 등 주식 100%였다. AI 인프라 수요 폭발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동시에 가시화된 국면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보수적 자산가들게 낯설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단순한 영업맨이 아니라 본사 자기자본(PI) 운용팀장으로 미국 주식과 글로벌 비상장회사 등 최대 1조원 규모를 굴려본 경험을 가진 프라이빗뱅커(PB)이기 때문이다. 시장 사이클을 읽고 위험 구간을 미리 그리는 감각이 일반적인 PB의 영역을 넘어선다. 미래에셋증권이 초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 출범시킨 패밀리오피스. 그 핵심 인력으로 가장 먼저 합류한 소위 '에이스' PB다. 김 팀장은 1년도 안 돼 2000억원의 자산을 새로 모았다.

◆"안정만으론 자산 규모 줄어"…인플레이션 시대 맞춘 공격형 포트폴리오

김 팀장이 말하는 시대 진단은 명확하다. 통화량이 폭발적으로 풀리는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만히 있는 자산은 오히려 퇴보한다는 것. 과거에는 100억원대 자산가가 건물을 사두고 임대료로 노후를 설계하는 그림이 가능했다. 그러나 30억원대 아파트가 100억원대로 뛰는 지금의 시장에서는 가만히 든 자산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주목하는 수치는 미국의 연 인플레이션율 3%와 통화량(M2) 증가율 8%다. 둘을 합치면 11%, 자기 자산이 매년 11%씩 늘어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안정적으로만 굴려서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때문에 김 팀장이 권하는 건 위험 회피가 아니라 우량 주식에 적극적으로 무게를 싣는 일이다.

자산가 고객 중 적극적 운용을 원하는 이들에게 그가 권하는 종목 선별 원칙은 두 가지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 산업, 그리고 구조적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분야 두 원칙이 동시에 충족되는 종목이 그의 핵심 포트폴리오에 들어간다. 그가 PI운용팀장 시절 엔비디아를 핵심 자산으로 담은 것도, 패밀리오피스 합류 직후 SK하이닉스를 자산가 포트폴리오의 중심으로 잡은 것도 같은 결이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수요 폭발이라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동시에 가시화된 사례였다. 일찍 매수한 고객들은 500~600%대 수익을 기록했다.

물론 무조건적인 공격은 아니다. 분기별 공급량 데이터를 추적하며 매도 시점도 함께 설계한다. 그가 보는 반도체 사이클은 내년 상반기까지가 안전 구간. 오는 2028년부터 공급량이 본격 확대되면 주가는 6개월~1년 선행해 조정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공격적으로 잡되 빠질 시점을 미리 그려놓는 방식이다.

◆ 미국주식·글로벌 비상장 전담 PI운용팀장 출신 PB

그의 이력에 답이 있다. PB 영업과 본사 자기자본 운용을 모두 거친 보기 드문 경로다. 지난 2005년 미래에셋증권 입사 후 본사 영업부에서 시작해 VIP 전담 점포로 옮겨가며 약 13년간 자산가 영업을 했다. 잘하던 영업을 내려놓고 본사 운용 조직으로 자리를 옮긴 건 미래에셋이 미국 주식 운용 역량을 키우던 시기였다. 주식 투자 내공이 깊은 인력을 본사로 끌어들이던 흐름에 그가 자원했다. PB로 영업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장과 직접 부딪히는 시간은 줄어들었는데, 운용에 전념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본사 PI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회사 자기자본으로 미국 주식을 작게는 2000억~3000억원, 크게는 1조원까지 운용했다. 글로벌 비상장 투자도 같은 부서에서 집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이스엑스(X)다. 3년 전 그가 PI 시절 집행한 이 투자는 이번 상장으로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뒀다.

운용 성과보다 더 큰 자산은 이 시기에 쌓은 네트워크와 분석 감각이다. 본사에 있는 동안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리서치 자료를 매일 분석하며 AI 기반 가공 방식까지 익혔다. 국내외 운용사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와의 인맥도 이때 두텁게 다져졌다. 앞서 그가 강조한 '혁신 산업·구조적 공급 부족'이라는 두 원칙도 이 시기 자기자본 운용을 통해 검증을 마친 셈이다.

◆패밀리오피스로 컴백…"하루에 한 고객 깊이 있게"

김 팀장이 다시 PB로 돌아온 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패밀리오피스를 출범시키면서다. 이 점포가 일반적인 자산 관리 점포와 다른 점은 본사 자기자본 운용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정통 자산배분은 기본이고 본사가 자기 자본으로 먼저 검증한 글로벌 비상장 투자 기회를 VIP 고객의 포트폴리오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김 팀장은 "패밀리오피스의 차별점은 법무·세무·부동산 같은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 그 자체"라며 "본사가 자기자본으로 먼저 투자해 검증한 좋은 딜을 고객 상품으로 연결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가 합류를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증권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성향도 통념과 다르다. 흔히 초고액 자산가는 안정만 좇는다고 여겨지지만 이 점포의 고객들은 오히려 적극적이다.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만히 두면 자산이 줄어든다는 걸 체감하고, 미래에셋의 운용 역량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다. 안정적 자산은 다른 곳에 맡겨두고, 공격적 운용이 가능한 이 점포에 자산의 일부를 떼어 주식 100% 포트폴리오로 굴리는 고객도 적지 않다.

대신 김 팀장은 고객 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는다. 현재 관리 고객은 약 40명, 1인당 최소 50억~10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잡고 있다. 관리 고객이 늘수록 인센티브는 커지지만 그만큼 한 사람에게 쏟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고객을 정해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포트폴리오 조정뿐 아니라 자녀·법인·세무·법률까지 그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핀다.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미술관이 주관하는 최고경영자를 위한 예술문화과정(ACP)에 참여하는 이유도 미술처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소재가 관계의 깊이를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자산가를 상대하는 그이지만 이제 막 시장에 발 들인 투자자에게 건네는 조언도 단순하다. '원점 사고'다. 지금 가진 종목을 처음 보듯 다시 평가해 자신의 기준으로 매수 여부를 판단하라는 의미다.

김 팀장은 "집을 살 때는 여러 곳을 둘러보고 따져보면서 주식은 시가총액도 한 해 이익도 확인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매출과 이익이 분기마다 늘고 있는지 그 증가율만 따라가도 충분하다. 주식 투자에서 원점 사고는 거창한 게 아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