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함성이 탄식으로…영남이공대 10개국 유학생들, 월드컵 '한국 승리' 응원

입력 2026-07-03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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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아공에 0대1 패배…32강 자력 진출 무산에 국적 달라도 아쉬움은 하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가 열린 지난달 25일 영남이공대에서 잠비아 유학생들이 중계방송을 함께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전반 8분이었다. 이강인의 왼발 슛이 골대를 살짝 비켜갔다. "아~" 탄식이 터졌다. 후반전 실점 순간에는 시청각실 전체가 숨을 죽였다. 경기 막판 기다리던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 멕시코, 잠비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학생도 같은 표정이었다. 국적도, 언어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그 아쉬움만큼은 하나였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학교에서 키르기스스탄 유학생들이 중계방송을 함께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학교 천마스퀘어 시청각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를 함께 보기 위해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멕시코·네팔·몽골·미얀마·베트남·잠비아·라이베리아·콩고민주공화국·키르기스스탄 등 10개국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재학생, 교직원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시청각실은 순식간에 '작은 월드컵 경기장'이 됐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학교에서 멕시코·네팔·미얀마·잠비아 등 10개국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계방송을 함께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10개국 외국인 유학생들, '한국 승리' 응원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학생들은 자국 축구 문화와 역대 월드컵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들을 꺼내며 서로의 추억을 나눴다. 쉬는 시간에는 후반전 전망을 두고 이야기꽃이 피었다.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유학생들은 서로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김승규 골키퍼가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가 터졌다. 또 골문 앞 위기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다 함께 숨을 멈췄다. 상대 수비를 제치는 장면이 나오자 박수가 쏟아졌다. 국적은 10개였지만, 모두가 한국의 승리를 바랐다.

전반전은 0대 0으로 끝났다. 그러나 후반 18분, 남아공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자 강의실 안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그래도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동점과 역전을 기대하는 눈빛이 화면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0대 1 패배.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로 추락하며 32강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시청각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학교에서 멕시코·네팔·미얀마·잠비아 등 10개국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계방송을 함께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체코전 같은 역전 기대했는데"

아쉬움을 가장 먼저 털어놓은 것은 잠비아에서 온 두 친구였다. 모실리(19) 씨는 "체코전처럼 짜릿한 역전승을 기대했는데 정말 아쉽다"고 했다. 같은 나라에서 온 나이베르(20)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입장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국 특유의 투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더 아쉬웠다"고 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나짐(26) 씨는 "솔직히 남아공을 어렵지 않게 이길 줄 알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질 줄은 몰랐다"고 허탈한 표정이었다. 같은 나라에서 온 아자르(20) 씨는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모두 끝까지 열심히 싸웠다. 자력으로 32강을 확정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선수들을 감쌌다.

그러나 라이베리아 출신 샤무(20) 씨의 표정은 달랐다. 아쉬움 속에서도 웃음이 번졌다. "평소 학과 수업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즐거웠어요. 이강인이 슛을 날릴 때 서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함께 껴안았거든요. 축구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진 경기였지만 그 말만큼은 사실이었다.

이날 대구 곳곳에서도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북구 고성동 iM뱅크파크와 칠곡시장, 도심 대형 극장에서도 크고 작은 응원전이 열렸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학교에서 멕시코·네팔·미얀마·잠비아 등 10개국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계방송을 함께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유학생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도록...

이날 행사는 영남이공대 국제처가 기획한 '외국인 유학생 문화체험 월드컵 응원 행사'의 일환이었다. 타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지내는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교직원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다. 평소 학과가 달라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던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장면에 환호성을 터뜨리고 함께 박수를 쳤다.

영남이공대는 현재 문화체험·봉사활동·체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류 행사를 운영하며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 생활 적응과 지역사회 정주 기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강경우 국제처장은 "타국에서 홀로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이곳에서 외롭지 않도록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며 "유학생들이 학교와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가 열린 지난달 25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학교에서 멕시코·네팔·미얀마·잠비아 등 10개국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계방송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