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편중 투자 논란] 전력·물·인력 갖춰진 게 없는데…호남에 '전공정 팹' 몰아주나

입력 2026-06-25 14:34:45 수정 2026-06-25 19: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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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공정 포함 핵심 생산기지 거론
삼성·SK 수백조 투자 급부상…李대통령·재계 총수 회동 후 속도
전력망 2031년 전 구간 포화·용수 갈등 뇌관·인재 생태계 전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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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백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조율하면서 산업계가 술렁인다. 당초 반도체 후공정 중심의 투자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핵심 제조시설인 전공정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공정 포함 관측

2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는 29일 민관 합동 보고회에서 호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시설뿐 아니라 웨이퍼 등 핵심 전공정 팹(생산시설)까지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산업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앞선 결정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잇달아 만나는 과정에서 호남 전공정 투자 구상이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그간 반도체 대기업들은 투자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협력업체 생태계와 고급 인력이 필수적인 전공정 분야 경우 지방 투자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히 호남권은 전력과 용수, 인력 등 모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곳으로 꼽혀 왔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전공정 라인에는 기가와트(GW)급 전력이 24시간 끊김 없이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호남 발전 설비의 약 47%를 차지하는 태양광은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출렁인다. 낮 시간대 최대 11GW에 달하던 발전량이 야간에는 최저 8GW 수준으로 급락하며, 이 편차를 메울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는 수조~수십조원이 소요된다.

송전망 여력도 한계에 다달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호남권 345㎸(킬로볼트)급 송전망 13곳 가운데 12곳이 2030년까지 '수용 부족' 상태에 놓이고, 2031년 이후에는 13곳 전부가 수용 한계에 도달한다. 지역 기저 전원인 한빛원전도 불안 요소다. 1호기는 지난해 말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을 중단했고, 2호기도 오는 9월 운전을 멈춘다. 3~6호기도 2034년부터 차례로 설계수명이 끝난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대규모 초순수 확보도 난제다. 영산강 수계만으로는 장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충청권 대청댐 물을 끌어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화할 경우 지역 간 물 이용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사업 추진 방식 이례적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은 인력이다. 현재 반도체 핵심 인력과 협력업체 생태계는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방한계선으로 통하는 이천·평택조차 지리적으로 멀다는 불만이 팽배한데 호남에서는 인력 문제가 훨씬 심각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사업 추진 방식 자체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반도체 전공정 공장은 부지 검토부터 인허가, 전력·용수 인프라 확보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입지 선정 과정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토지 가격 상승과 투기 수요 유입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어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공정 공장은 부지 검토에만 수년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기업은 통상 극도의 보안 속에서 입지를 검토하는데 이번 사업은 논의 단계부터 정부와 정치권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업계도 의아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