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5등급제·학생부 반영 비중 증가 추세 영향
전문가 "학생들 사회·정서적 측면 악영향" 우려
고등학교 1학년 자퇴 후 다시 고교에 입학하는 이른바 '내신 리셋(reset)'을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고교 내신 5등급제 시행과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중 확대 등으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1 성적을 사실상 다시 시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내신 리셋'은 고1 때 만족스럽지 못한 내신 성적을 받은 학생이 자퇴한 뒤, 이듬해 다시 고교에 입학해 내신 경쟁에 재도전하는 것을 뜻한다.
학생들은 기존 학교 또는 다른 학교로 재입학하기 위해 고입 원서 접수와 배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학년이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내신 성적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산정되고, 학교폭력 징계 여부 등을 포함한 학생부 기록도 새로 작성된다. 다만 자퇴와 재입학 이력 자체는 남을 수 있어 향후 대입 과정에서 평가 요소가 될 가능성은 있다.
학교 현장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내신 리셋'을 둘러싼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고교생 김모(17) 군은 "주변에서 자퇴한 뒤 다시 입학하는 사례를 여럿 봤다"며 "1년을 더 공부한 상태에서 다시 경쟁하는 만큼 성적 면에서 유리할 수 있어 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학부모 커뮤니티에도 "아이가 중간고사에서 2등급을 받고 자퇴 후 재입학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3년 동안 동생들과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적응에 문제가 없을까요", "재입학을 한다면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게 나을까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적용된 고교 내신 5등급제가 꼽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등급 비율이 기존 4%에서 10%로 확대되면서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반드시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며 "고1 때 내신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일부 학생들은 자퇴 후 재입학이라는 선택지까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퇴 후 재입학이 반드시 더 나은 내신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학생의 성장과 발달 측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명숙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에서 수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학업적인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교우관계나 자신감 같은 사회·정서적 측면에서는 학생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해 공교육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정도가 된다면 교육 당국이나 대학 차원에서도 일정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