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산업 생태계 재조명
광주·전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치적 판단보다 산업 경쟁력과 인프라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단순히 부지만 확보한다고 들어설 수 있는 일반 공장이 아니라 용수·전력·교통·인력·공급망·폐수 처리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제 운영 가능성과 산업 생태계를 기준으로 입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철영 대구대 반도체전자공학부 교수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정치적 명분보다 산업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중심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산업 경쟁력보다 정치적 논리가 앞서는 듯한 흐름은 지역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현 경북대 지능형반도체개발센터장 역시 반도체 팹 입지와 관련해 인재와 인프라, 공급망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는 공급망이 중요한 산업인데, 대구경북에는 이미 소재·부품 관련 기업 생태계와 연구 기반이 일정 부분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권의 강점으로는 오랜 기간 형성된 산업 기반과 연구·인재 생태계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대구경북은 산업단지와 교통, 용수 등 기본 인프라가 오랫동안 잘 구축돼 온 곳"이라며 "구미를 중심으로 전자·디스플레이 산업 기반이 있고, 대구경북의 소재·부품 생태계와 경북대·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지역 대학·연구기관의 인재 기반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종봉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교수는 반도체 팹이 일반 공장과 다른 클린룸 기반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 교수는 "반도체 팹은 일반 공장처럼 부지만 있다고 지을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클린룸과 이를 운영할 용수·전력 인프라가 핵심"이라며 "반도체 공정은 전력 공급이 조금만 불안정해도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전력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으면 시작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구미권의 기존 반도체 기반에도 주목했다. 하 교수는 "구미는 과거부터 반도체 팹이 운영돼 온 지역이고, 대구경북권은 반도체와 전자산업 기반을 갖춘 곳"이라며 "구미는 반도체 소부장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팹 운영에도 필요한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호남권 반도체 투자 논의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치우쳐 실제 산업 여건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팹은 착공 이후에도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과 전문인력 수급, 협력업체 접근성 등이 지속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시설인 만큼 기업이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입지인지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환경 측면의 변수도 크다. 추광호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정의 성격에 따라 용수 사용량과 폐수 처리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추 교수는 "반도체 공장은 어떤 공정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용수 사용량과 환경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며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이 들어오면 물도 많이 필요하고, 폐수 처리와 화학물질 관리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어느 지역이든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려면 물을 재이용하거나 무방류에 가까운 수준의 처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낙동강이든 영산강이든 하천 수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산업적 효과와 환경적 부담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