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편중 투자 논란] "반도체 인재·인프라 다 밀리는 호남에 왜? 정부 입김 의구심"

입력 2026-06-24 16:36:32 수정 2026-06-24 20: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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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제대로 검토했나"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광주·전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치적 판단보다 산업 경쟁력과 인프라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단순히 부지만 확보한다고 들어설 수 있는 일반 공장이 아니라 용수·전력·교통·인력·공급망·폐수 처리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제 운영 가능성과 산업 생태계를 기준으로 호남권 입지를 면밀히 검토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수도권을 선호하는 핵심 인력들을 호남까지 유치할 수 있느냐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가뜩이나 반도체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 지방 이동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남권 인재를 새롭게 양성한다 해도 교육, 훈련에만 최소 5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호남권이 반도체 공장 유치의 전제 조건으로 주장하는 풍부한 에너지와 공장 부지도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호남이라도 발전소와 공장 간 거리가 있고, 이 둘을 연결할 전력 인프라는 결국 새로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남권이 강점을 보이는 태양광, 풍력 발전은 계절,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이를 보완할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데 더 큰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김동현 경북대 지능형반도체개발센터장는 "반도체 입지는 인재와 인프라, 공급망을 함께 봐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대구경북권 산업 기반과 연구·인재 생태계를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대구경북은 산업단지와 교통, 용수 등 기본 인프라가 오랫동안 잘 구축돼 온 곳"이라며 "구미를 중심으로 전자·디스플레이 산업 기반이 있고, 대구경북의 소재·부품 생태계와 경북대·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지역 대학·연구기관의 인재 기반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철영 대구대 반도체전자공학부 교수도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정치적 명분보다 산업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중심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산업 경쟁력보다 정치적 논리가 앞서는 듯한 흐름은 지역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종봉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교수는 반도체 팹이 일반 공장과 다른 클린룸 기반 시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 교수는 "반도체 팹은 일반 공장처럼 부지만 있다고 지을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클린룸과 이를 운영할 용수·전력 인프라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환경 측면의 변수도 크다. 추광호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장은 어떤 공정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용수 사용량과 환경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며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이 들어오면 물도 많이 필요하고, 폐수 처리와 화학물질 관리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지역이든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려면 물을 재이용하거나 무방류에 가까운 수준의 처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낙동강이든 영산강이든 하천 수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산업적 효과와 환경적 부담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