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퇴출 칼날에 동전株 '덜덜'…상폐 요건은 왜, 어떻게 강화되나

입력 2026-06-24 1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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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신설…246개 종목 생존게임 돌입
당국, '다산다사' 시장구조 전환 본격화…증시 저평가 해소 승부수
"증시 체질개선 기대" vs "성장기업·개미 피해 우려"…엇갈린 평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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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1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동전주'들이 내달부터 상장폐지 개혁의 첫 시험대에 오른다.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하고 혁신기업은 적극 육성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구조 전환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8조원이 넘는 동전주들의 운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장기간 방치된 한계기업을 정리해 코스닥시장의 신뢰도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받아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신뢰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부실기업 정리 착수…시총 8조 무더기 상폐 가능성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2875개 종목 중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는 246개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코스닥 상장사가 170개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와 코넥스 시장은 각각 45개, 31개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은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6조1127억원, 코스피 2조4010억원, 코넥스 1958억원 규모다. 오는 7월부터 일정 기간 이상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수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개혁 방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고 부실기업은 신속·엄정히 퇴출하는 '다산다사' 시장구조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거래소는 개혁 방안 내용을 담은 상장 규정 개정안을 두 차례 개정 예고·의견 수렴을 통해 확정했으며 지난달 13일 금융위 제9차 정례회의에서 승인됐다.

개정안은 코스피·코스닥시장의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신설을 골자로 한다. 먼저 코스피 상장사의 상폐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200억원에서 내달 300억원, 내년 1월 500억원으로 상향된다. 코스닥은 150억원에서 200억원, 이후 3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또한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인 경우만 상폐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반기 기준 완전 자본 잠식인 경우로 요건을 확대하며 공시 위반에 따른 상폐 기준도 기존 '최근 1년간 벌점 15점 누적'을 '10점 누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이다. 개정안 시행일인 오는 7월 1일부터 국내 상장사 주가가 30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일 이내로 45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 폐지된다.

◆시장 신뢰 갉아먹은 한계기업…李 대통령 "가짜·썩은 상품 정리해야"

이처럼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배경에는 '국내 증시 정상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국내 증시,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실적 부진과 자본잠식, 경영 불확실성 등에 직면한 일부 기업들이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동전주들은 주가 변동성이 높고 시가총액이 낮아 이른바 작전 세력들의 주가조작에 악용되기 쉽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90개 이상의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신규 진입하고 있지만, 퇴출 기업 수는 상장 기업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사업 성과 부진, 투자자와의 소통 부족, 자본잠식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적으로 방치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월 SNS를 통해 "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인데, 상품 가치 없는 썩은 상품과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냐"며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썩은 상품'은 현금 창출 능력을 상실한 한계기업, '가짜 상품'은 본업 강화보다 당장 유행하는 산업에 편승하는 기업으로 해석된다.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메시지의 의도는 맹목적 시장 부양이 아니라 정리된 진열대에 좋은 제품만을 놓겠다는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국내 증시 체질 개선 기대" vs "성장기업까지 획일적 기준 적용"

개정안을 둘러싼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부실기업 퇴출이 코스닥시장의 체질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대규모 상장폐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성장기업까지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모험자본 생태계 역할을 기대만큼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혁신·벤처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인 코스닥시장 본연의 역할 제고가 시급하다"며 "개정안 시행은 코스닥의 체질과 투자심리 개선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동전주 시가총액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는 만큼 올 4분기부터 본격적인 퇴출 기업이 속출하면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량적 기준으로 칼같이 자르되 일시적 업황 악화나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는 회생 기회를 주는 세부 심사 기준도 매끄럽게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안 시행 이후 유망 중소기업이 획일화된 기준 탓에 시장에서 억울하게 이탈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가 가져올 이점이 더 크다"며 "개정안은 코스닥 정상활르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며 기업 퇴출이 빠르게 진행되면 코스닥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고 우량기업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저가주 관리 강화는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제도로 주가 변동성을 악용한 불공정거래와 시장 신뢰도 저하를 예방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일부 성장기업이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크고 장기적으로 시장 건전성과 신뢰도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실기업 정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투자자 보호 장치와 성장기업에 대한 예외 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언제까지 부실기업을 시장에 남겨둘 수는 없는 만큼 퇴출 강화 기조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실적이나 재무 상태는 양호하지만, 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들까지 일률적인 기준으로 퇴출되지 않도록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급작스러운 상폐로 억울한 개인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개선기간 부여 등 기업의 자구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상장폐지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도 더욱 촘촘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