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김민아]잘나갈 때 사고 더 터진다…과속 경쟁이 부른 청구서

입력 2026-06-24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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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증시 호황인데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가장 잘나가는 회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에서 문제가 터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가격 왜곡, 운용사의 과장 광고, 공모주 '0주 배정'까지 유형은 제각각이지만 시점을 겹쳐보면 한 가지가 읽힌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사고도 함께 터진다는 점이다.

김민아 서울지사 증권부 기자
김민아 서울지사 증권부 기자

호황은 숫자로 드러난다.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9000대를 돌파했고, 상반기 상승률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전례 없는 관심에 힘입어 상반기 만에 순이익 2조원을 넘기는 증권사가 나올 것으로 보이고, 이들이 대거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면서 운용사 ETF 순자산은 반년 만에 200조원대에서 500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문제는 이 돈이 한쪽으로만 쏠렸다는 데 있다. 잘 오르는 종목, 잘 팔리는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자 증권사와 운용사는 출시와 점유율 경쟁에 사활을 걸었고,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다. 사고는 잘나가는 한복판에서 터졌다.

경쟁의 그늘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이 동시 상장되면서 운용사들은 출혈 경쟁을 벌였다. 시장 1위 삼성자산운용은 LP 증권사에 "경쟁사 거래량이 우리보다 10% 이상 높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유동성 확보 요청일 뿐 압박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금융감독원은 LP 업무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거래량이 많은 상품일수록 투자자가 몰리는 만큼 운용사들은 상장 초기 거래량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건다. 그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LP가 점유율 싸움의 도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열은 곧 사고로 이어졌다. 이달 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가 7.68% 급락했는데 거꾸로 49.7% 폭등해 3만원에 마감했다. ETF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괴리율은 85%까지 벌어졌다.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된 틈을 타 텅 빈 호가창에 시장가 매수가 몰린 결과다. 이튿날 SK하이닉스가 반등하자 다른 운용사 상품은 20~30%대 수익을 냈지만 ACE만 27% 급락했다. 통상적인 규모의 주문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호가창이 뚫린 사고로, 장 막판 짧은 시간 막을 의무가 없었을 뿐 막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출시 경쟁엔 사활을 걸면서 정작 상품을 지킬 안전장치는 뒷전이었다. 대가는 개인 투자자가 치렀다.

과열은 공모주 시장으로도 번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투자가 가능한 국내 유일 창구"라며 청약을 받아 빠르게 완판했지만 상장 직전 대표주관사 골드만삭스가 한국 몫을 0주로 통보하면서 대출·환차손까지 떠안은 청약 고객은 빈손으로 돌아섰다. 운용사도 마찬가지였다. 한투운용은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에 스페이스X 공모주를 담겠다며 '공모주 편입'을 차별점으로 앞세워 홍보했다. 이를 믿고 들어온 개인 순매수가 한 달 새 612억원에 달했지만 배정이 무산되면서 ETF만 떠안은 투자자가 남았다. 한투운용은 결국 경찰 내사와 금감원 현장검사를 받게 됐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사고가 터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한 달이다. 시장이 식어서가 아니라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리던 한복판에서 터졌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경쟁 속에 과속했고 그 사이 투자자 보호라는 기본이 밀려났다. 잘되면 글로벌 진출의 상징으로, 안되면 주관사 탓으로 돌리는 구조에서 손실을 떠안은 건 결국 개인 투자자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열을 막았어야 할 당국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고 했고, 스페이스X 0주 배정에는 "왜 배정이 안 됐는지 나도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시장을 감독하는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 후회와 당혹이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는 그렇다 쳐도 투자자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다. 레버리지의 괴리율 위험은 출시 전부터 경고됐고, 해외 IPO의 배정 재량 구조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레버리지를 사실상 두 종목에만 열어준 것도, 그 탓에 자금이 쏠릴 것을 내다보지 못한 것도 당국이었다.

예고된 위험이 현실이 됐는데 감독기관 수장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투자자는 누구를 믿고 시장에 남아야 하는 것인가. 허용은 사전에 이뤄졌고, 후회는 사후에 나왔다. 정작 필요한 대책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잘나갈 때 터진 균열을 방치하면 장이 식는 순간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날아온다. 시장 과열기의 사고는 돌발이 아니라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