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제조위탁 과정 하도급법 위반 혐의 첫 동의의결 사례
판촉비용 분담 기준 명문화·중소 협력사 지원 확대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과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유통 계열사 씨피엘비(CPLB)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와 관련해 확정된 첫 사례다.
공정위는 23일 "쿠팡과 씨피엘비가 제출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하고 본격적인 이행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구제와 거래질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씨피엘비는 2020년 7월 쿠팡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쿠팡의 PB상품 제조 위탁 및 판매 사업을 승계했으며 현재 쿠팡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2022년 10월부터 쿠팡과 씨피엘비가 PB상품 제조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해 왔다. 조사 대상은 314개 수급사업자에게 법정 기재사항이 누락되거나 기명날인이 없는 서면을 교부한 행위와 94개 수급사업자를 상대로 계약에 없는 PB상품 판촉행사를 진행하면서 공급단가를 인하한 행위다.
조사 과정에서 쿠팡과 씨피엘비는 지난해 3월 거래질서 개선과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담은 동의의결안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8월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한 뒤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확정된 동의의결안에는 거래질서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총 3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방안이 담겼다.
우선 쿠팡과 씨피엘비는 수급사업자가 발주 내용을 확인하는 시스템에 기명날인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PB상품 출시 전 최소 생산요청수량(MOQ)과 리드타임(발주부터 판매 개시까지 소요 기간)을 명시한 상품별 부속합의서를 수급사업자와 체결하기로 했다.
최소 생산요청수량은 협력업체가 생산설비 투자비와 상품 개발비를 회수하고 적정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 발주 물량이다. 리드타임 역시 생산과 납품 계획 수립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이를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판촉행사 운영 방식도 개선된다. 앞으로는 판촉행사 시행 전 수급사업자와 판촉비용 분담 비율을 사전에 협의하고 별도 부속합의서를 체결해야 한다. 특히 협력업체의 비용 부담은 최대 50%로 제한하고 나머지 비용은 쿠팡과 씨피엘비가 부담하도록 했다.
상생협력 방안으로는 상품 개발·생산·납품 비용 지원에 10억5천만원을 투입한다. 공급단가 인하와 관련된 94개 수급사업자에는 1천만원씩 지급하고, 잔여 금액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과 관련된 업체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광고·판촉 지원 10억원, 오프라인 홍보 지원 4억5천만원, 우수 수급사업자 지원 1억원, 역량 강화 및 판로 개척 지원 4억원 등 모두 30억원 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급사업자와 정기협의회도 구성해 품질 개선과 안전 확보, 거래 애로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번 동의의결안이 거래질서 개선과 재발 방지, 수급사업자 피해구제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협력업체가 재고 소진과 매출 확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판촉행사를 제안한 사례가 있었고, 실제 공급단가 인하가 발생한 업체도 전체의 18.6% 수준에 그쳤다는 점도 고려됐다.
특히 상생협력 방안 규모인 30억원은 공정위가 예상한 과징금 규모인 6억~11억원의 약 3~5배 수준이다. 상품 개발·생산 지원금만도 전체 단가 인하 금액으로 추산된 7억원을 웃돈다.
공정위는 거래질서 개선 효과와 피해구제 수준, 예상 제재와의 균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동의의결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쿠팡과 씨피엘비의 이행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촉비용 분담 비율과 최소 생산요청수량, 리드타임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것은 단순 제재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실질적 개선책"이라며 "온라인 유통시장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