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선 품절 대란, 국내선 텅 빈 매대… 모델 계약이 갈라놓은 캡틴의 굿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기념해 맥도날드가 내놓은 손흥민 한정판 컵이 정작 한국에서는 살 수 없어, 중고 시장에서 정가의 10배 가까운 값에 거래되고 있다. 대표팀 주장의 얼굴을 새긴 굿즈가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는 품절 대란을 빚는 사이, 국내 팬들은 매대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발단은 폭발적 수요였다. 한국맥도날드가 지난 11일 출시한 월드컵 세트는 닷새 만에 전국에서 완판됐다. 빅맥과 후렌치 후라이(M), 탄산음료(M)에 한정판 리유저블 컵 한 개를 무작위로 주는 8900원짜리 구성이었는데, 준비된 기념컵 수만 개가 모두 소진되며 세트 메뉴 판매 자체가 종료됐다. 지난 12일 대표팀이 체코를 2-1로 꺾으며 응원 열기가 번진 것이 수요 쏠림에 불을 댕긴 것으로 보인다. 일반 빅맥 세트 가격을 고려하면 컵값은 사실상 1300원 안팎이었지만, 재사용 가능한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문제는 정작 가장 갖고 싶은 컵이 빠졌다는 점이다. 기념컵은 전 세계 기준 9종으로, 축구 스타 8명과 캐릭터 그리머스로 구성됐다. 그러나 한국 1차 출시에는 라민 야말, 호나우지뉴, 티에리 앙리, 데이비드 베컴과 그리머스 5종만 포함됐다. 손흥민을 비롯해 크리스천 풀리식(미국), 알폰소 데이비스(캐나다), 산티아고 히메네스(멕시코) 컵은 국내에서 받을 수 없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대표팀 베이스캠프 인근 매장에서는 손흥민 컵을 구하려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현지 점원이 대신 야말 컵을 권할 만큼 희귀품이 됐다는 현지 분위기도 전해졌다.
한국 주장의 굿즈가 한국에서만 빠진 배경에는 광고 모델 계약이 자리한다. 손흥민이 국내 식음료·외식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 중이어서, 계약 기간에는 동종 업종에서 그를 브랜드 모델로 쓸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현재 도미노피자, 롯데웰푸드 월드콘, 하이트진로 테라, 메가커피 등의 모델을 맡고 있다. 동종 업계의 초상권 사용을 제한하는 계약 관행상, 한국맥도날드로서는 자국 스타를 행사 명단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글로벌 프로모션과 개별 국가의 모델 계약이 충돌할 때 어떤 공백이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빈자리는 곧바로 웃돈으로 채워졌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손흥민 컵을 8만~9만 원에 판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세트 가격의 10배 안팎이다. 당근·번개장터 등에는 5만5000원부터 11만 원까지 가격이 매겨졌고, 해외 매장에서 대신 사다 주는 구매 대행 요청까지 등장했다. 한정판에 리셀(재판매) 수요가 붙으며 본래 1300원짜리 사은품이 수만 원대 수집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는 운동화·아이돌 굿즈 등에서 반복돼 온 한정판 리셀 과열의 외식업계판이라 할 만하다.
소비자의 시선은 2차 출시로 향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완판된 월드컵 세트의 2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다만 회사 측은 손흥민 컵의 2차 포함 여부는 미정이며 이달 중 출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델 계약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2차 물량에도 손흥민 컵이 빠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팬들의 갈증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성적에 따라 응원 열기와 굿즈 수요가 더 끓어오를 경우 웃돈 거래도 가열될 소지가 있다.
결국 이번 소동은 단순한 품절 해프닝을 넘어, 글로벌 스폰서십과 개별 스타 마케팅이 맞물릴 때 소비자가 떠안는 비용을 드러냈다.
한 유통업계 마케팅 담당 임원은 "글로벌 프로모션과 국내 모델 계약이 충돌하면 결국 가장 큰 상품성을 가진 굿즈가 빠지고, 그 공백이 리셀 시장의 웃돈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며 "한정판 마케팅이 팬심을 자극하는 만큼, 과열 거래를 관리할 가이드라인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