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운명의 MSCI 발표…9천피 韓 증시, 선진국 편입 문턱 넘을까[매일뭐니머니]

입력 2026-06-23 09: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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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MSCI 연례 시장분류 리뷰 관심 집중
접근성 리뷰서 핵심 5개 항목 모두 '개선 필요' 유지
증권가 "올해 등재 어려워, 내년 6월로 연기 타당"

코스피 지수가 9000대를 넘어섰습니다. 연초 4200대에서 출발한 지수가 반년 만에 두 배 넘게 뛴 셈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벌써 다음 관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각으로 내일(24일) 오전 5시30분 발표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연례 시장분류 리뷰입니다. 한국 증시가 신흥시장(EM) 꼬리표를 떼고 선진국(DM)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가 걸린 자리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한국 경제는 누가 봐도 선진국 반열입니다. 반도체부터 자동차, 배터리, 조선까지 세계 무대에서 어깨를 겨루는 기업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MSCI 분류상 한국 증시는 1992년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이후 30년 넘게 신흥국에 머물러 있습니다. 세계 3대 지수로 꼽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한국을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체급은 오히려 선진국을 웃돕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MSCI 신흥국지수 편입 기업들의 이익 반등을 이끈 대표 사례로 지목했습니다. 신흥국지수 편입 기업들의 가중평균 주당순이익(EPS)은 5월 기준 95.1로, 1년 전 12개월 선행 전망치(94.6)를 웃돌았습니다. 이 수치가 선행 전망치를 넘어선 것은 4년여 만입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순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43%, 삼성전자도 16% 웃돌았습니다.

결국 발목을 잡는 것은 체급이 아니라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MSCI는 경제 규모와 유동성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핵심 잣대로 봅니다. 한국은 경제 발전 단계와 시장 규모, 유동성 면에서는 이미 선진시장 기준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원화의 낮은 태환성과 외환시장 구조, 투자자 등록·결제 인프라 문제가 번번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지난 2008년 관찰대상국에 올랐다가 2014년 제외된 것도 이같은 문제 때문입니다.

◆19일 접근성 리뷰가 던진 '경고음'

이번 리뷰가 주목받는 이유는 선진시장 편입에 앞서 우선적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먼저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올라야 합니다. 한국이 올해 등재되면 이르면 2028년 편입이 가능해집니다. 정부는 이를 겨냥해 올해 1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내놓고 제도 정비에 속도를 냈습니다. 7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하반기 역외 원화결제망 구축, 영문공시 확대, 공매도 규제 합리화 등이 핵심 과제입니다.

하지만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MSCI가 지난 19일 발표한 '연례 시장 접근성 리뷰'였습니다. 이 평가는 시장분류 리뷰에 앞서 증시 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전초전 성격을 띱니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MSCI는 18개 평가 항목 가운데 '투자상품 가용성' 단 한 개만 '개선 필요(-)'에서 '개선 가능(+)'으로 한 단계 올렸을 뿐 나머지는 지난해 평가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특히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결제, 증권 이동성 등 핵심 5개 항목은 모두 '개선 필요' 등급에 머물렀습니다. MSCI는 "한국 당국이 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완전히 기능하는 역외 외환시장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도 도입 자체보다 외국인 투자자가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MSCI가 제도 개편안 자체보다 외국인 투자자가 실제로 개선을 체감하는지를 더 본다는 점을 들어 올해 관찰대상국 등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평가가 나옵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 시장 전부가 마이너스 항목이 1개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승격과 관련한 변화를 기대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변화는 내년 6월 정도로 연기해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 안에서조차 신중론이 역력합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정도의 입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찰대상국 등재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합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환율 변동성과 국내 실적 변동성이 안정되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수 있다"며 패시브 자금 유입 규모를 약 292억달러, 원화로 45조원 수준으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편입 효과 자체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선진국 지수로 이동하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과 경쟁해야 해 한국의 비중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입 종목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초대형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상당수 종목은 지수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편입이 확정되는 시점에는 신흥국지수 이탈과 중소형주 편출 영향으로 약 52억달러의 자금 유출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코스피는 9000대를 넘어서며 새로운 역사를 썼지만 '선진 증시' 진입은 다음을 기약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화려한 지수가 아니라 외국인이 체감하는 시장의 문턱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