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다. 여론은 팽팽했지만 투표 결과는 탈퇴 51.9%, 잔류 48.1%. 당시 영국을 움직인 구호는 '통제권을 되찾자(Take Back Control)'였다. 국경 통제, 브뤼셀 규제 탈피, 국가 주권 회복이 영국을 되살릴 것으로 믿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탈유럽 실험 성적표는 기대와 사뭇 다르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 경제의 역동적인 성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브렉시트로 영국 GDP 수준이 6~8% 낮아지고 기업 투자는 12~18% 줄었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통관(通關) 절차와 비관세 장벽에 부딪혔고, 유럽 시장을 잃은 중소기업들은 신음했다. 영국 경제는 저성장과 투자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영국은 EU의 자유로운 이민 정책을 문제 삼아 탈퇴를 선택했지만, 순이민자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2016년 32만 명 수준이던 순이민자는 한때 90만 명을 넘어섰다. 유럽 출신 대신 인도·나이지리아·중국 이민자가 자리를 채웠다. 브렉시트 당시 유럽 곳곳에서는 프렉시트(프랑스), 이탈렉시트(이탈리아), 그렉시트(그리스) 등 탈퇴론이 거셌다. EU 해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흘렀다. 영국이 탈퇴 이후 겪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비용은 다른 국가들에 강력한 경고가 됐다. 최근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주요 유럽 국가들의 EU 호감도는 브렉시트 당시보다 크게 높아졌다. EU는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 가입 희망국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도 EU 체제를 공고하게 만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분쟁, 미·중 경쟁, 미국의 동맹 정책 변화 등 유럽은 새로운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과거 EU가 시장을 위한 공동체였다면 지금은 안보와 경제를 함께 지키기 위한 전략 공동체로 변모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주권과 통합 가운데 주권을 선택한 역사적 실험이었다. 영국은 규제 자율성을 얻었지만 시장 접근성을 잃었고, 국경 통제를 원했지만 이민은 늘어나는 역설을 경험했다. 약화가 예상됐던 EU는 결속(結束)했고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국가들은 고립보다 연대를 택한다. 이것이 브렉시트가 남긴 값비싼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