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했다. '이웃사촌'과 비슷한 얘기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도 있다. 남이 잘되는 걸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모습을 뜻하는 속담이다. 요새 그런 마음이 살짝 든다. 못된 심보 탓만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그동안 뭐 했나 싶어서다.
아직 포성이 들린다. 미국과 이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탓. 한데 많은 이들의 시선은 다른 쪽에 쏠린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얘기다.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가 한창이다. 우리도 출전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다. 반면 일본의 경기력을 두고는 안팎에서 칭찬이 쏟아진다.
일본이 이웃사촌이라 하기엔 구원(舊怨)이 많다. 걸핏하면 그걸 또 꺼내 속을 긁는다. 그래서일까. 이웃사촌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적어도, 이웃이긴 하다. 그러다 보니 늘 비교 대상이다. 서로 비교하고, 남들이 둘을 또 비교한다. 축구도 그렇다. 지구촌에서 다들 즐기는 스포츠라 더하다.
"우승이 목표다." 월드컵 전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허풍'이라며 코웃음 치는 이들이 적잖았다. 일본의 기량이 크게 늘긴 했다. 우리가 맞대결에서 밀린 지도 오래.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들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얘기가 좀 다르다. 일본이 생각보다 더 잘한다.
다들 일본은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고 했다. 네덜란드, 스웨덴, 튀니지와 함께 F조.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유럽의 강자, 튀니지는 아프리카의 저력을 보여 주는 팀이다. 일본은 1차전에서 네덜란드와 2대 2로 비겼다. 2차전에선 튀니지를 4대 0으로 대파했다.
기본기, 경기 이해도, 상황 판단력이 좋았다. 조직력도 일품. 다들 일본을 두고 칭찬 일색이다. 스웨덴 출신 축구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이 정도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 주는 팀은 우승 후보"라고 극찬했다. 박지성도 "우리가 앞서 가고 있었는데 이젠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개인적으로 많이 부럽다"고 했다.
네덜란드에 이어 조 2위다. 승점은 4로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린다. 다만 최종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순 있다. 일본은 26일 스웨덴을 상대한다. 일본이 F조 1위가 되면 묘한(?) 그림이 나온다. 한국이 A조 2위로 32강에 오른 뒤 16강까지 가면 둘이 맞붙는다. '16강 한일전'이다.
공은 둥글다. 결과를 예단하긴 쉽지 않다. 둘이 16강에서 만날 가능성도 낮다. 그래도 경기력을 간접 비교해 볼 순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몇몇 스타의 이름값은 우리가 높다. 하지만 팀 전체 경기력을 따져 보면 할 말이 없다. 오랫동안 한 수 아래라 여겼던 상대라 더 속이 쓰리다.
배 아픈 게 부끄러운 건 아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 다만 배 아파하고 마는 걸 부끄러워해야 한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대회가 남았으니 우리 최종 성적도 기대보다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걸로 만족하고 끝내면 안 된다. 이웃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일만 반복된다.
땜질 처방도 금물이다. '장기'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게 핵심. 그 틀 안에서 '생각하는 축구'를 바탕으로 한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교육, 해외 진출 확대 등 세부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질투는 나의 힘'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질투는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다. 비단 축구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