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또 비대위 가나…반복되는 당 대표 잔혹사

입력 2026-06-21 16: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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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당명 교체이후 수장만 11차례 바뀌어
임기 채운 당대표 전무…매번 '대표 흔들기' 반복돼
당원 민주주의 훼손 우려도 커져

역대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던 이준석·김기현·한동훈 전 대표와 장동혁 대표(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역대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던 이준석·김기현·한동훈 전 대표와 장동혁 대표(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습관적인 '뺄셈 정치'를 되풀이하며 스스로 당의 리더십을 갉아먹고 있다. 선거 패배와 계파 갈등 때마다 당 수장을 흔드는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 출범 이후 대표 교체만 11차례에 달했던 만큼 당 안팎에서는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오래 버티기 어려운 구조"라는 자조와 함께 지도부 흔들기가 당의 체질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6년 새 11명…임기 채운 대표 없어

21일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근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홍을 두고 기시감이 든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바꾼 이후로 당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수장이 11차례(권한대행 제외)나 바뀌며 안정적 리더십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선출직 당대표가 2년 임기를 끝까지 채운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지도체제 불안이 구조적 문제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 대표인 이준석 전 대표는 당시 친윤계 의원들의 공세 속에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아 대표직 수행이 중단됐고, 뒤이은 김기현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총선 위기론과 인적 쇄신 압박이 거세지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동훈 지도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붕괴됐다.

그때마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으나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는 게 보수 정가의 중론이다. 당명 변경 당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시작으로 주호영·정진석·한동훈·황우여·권영세·김용태·송언석 비대위 체제가 잇따라 들어섰지만, 위기 수습보다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지도부'에 그치면서 당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지금껏 우리 당은 당헌당규에 정해진 임기를 사실상 무시하고 그때마다 입맛대로 지도부를 바꿔왔다. 이번에 장동혁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장 대표도 생각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고, 우리 당 의원들도 더 이상 안 좋은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사회자의 발언이 있자 공개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사회자의 발언이 있자 공개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 민주주의 훼손 우려도

반면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안정적인 당권 교체로 지도부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대표를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위해 규정에 따라 사퇴를 했고, 뒤이은 송영길 지도부도 20대 대선 패배 이후 스스로 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를 거쳐 2022년 8월 이재명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고, 이 대표가 2024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당권 구도가 장기간 유지됐다.

정치권에서는 양당 모두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교체를 겪었지만, 그 방식과 결과에는 차이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 대선·지방선거 패배 이후 비대위 체제를 거치긴 했으나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세우고 당권 구도를 정리한 반면, 국민의힘은 지도부 교체가 반복될 때마다 당내 갈등이 봉합되기보다 또 다른 권력투쟁의 불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장 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또 한 번의 지도부 교체로 귀결될 경우 당의 리더십 불안이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이 선출한 대표를 국회에서 흔들어 끌어내리는 일이 반복돼 당원 민주주의는 물론 당 지도체제의 정당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맨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성공을 거둔 적이 없었다. 습관적으로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이 체질화되면 당의 미래에도 큰 악영향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며 "지금 우리 당은 세종대왕이 오더라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