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폐지와 맞물려 수사 개시 종결 등 거대 조직 재편 가능성
통제장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어,
최근 경찰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청 및 보완수사권 폐지가 추진되면서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수사와 정보, 대공수사 기능까지 한 기관에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같은 경찰권 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에 견제·감시 장치 없는 경찰력의 독주를 막기위한 장치로 자치경찰제 강화 및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사라진 '전건송치' 제도의 부활 등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패가망신', 보좌진 폭행 논란 휩싸인 경찰
경찰 조직을 둘러싸고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폐지 등 주요 이슈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의원 9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의 '패가망신' 발언에 대한 항의차 방문했다.
앞서 박 서울청장은 지난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잠실 개표소 시위 상황과 관련해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이 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청장의 발언은 경찰 차원의 메시지로 해석되는 가운데 이같은 발언도 잠실 개표소를 둘러싼 봉쇄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파장이 크게 일었다.
지난 16일 경찰은 박 서울청장을 만나겠다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지하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보좌진이 해당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게시하면서 논란이 한층 거세졌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해당 SNS가 공개된 이후, 독직폭행 및 직권남용·업무방해·협박 등 혐의로 박정보 청장과 관련 경찰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해 경찰이 자체 조사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 또한 이날 이 부장을 독직폭행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매일신문 뉴스캐비닛에서 "잠실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국민들에게 민주 경찰이 패가망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국민들을 협박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정부부터 행안부, 경찰까지 일방적으로 불법시위대로 규정해 채증하고 겁박한다는 것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뿐이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인력·예산 지원, 조직 비대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찰은 최대 수혜 기관으로 손꼽힌다. 이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확보한 데 이어, 향후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될 경우 경찰은 수사 개시와 종결, 정보 수집 등 모두 수행하는 거대 조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는 이미 올해 현장 수사부서에 수사관 1천200여명을 추가 배치하고, 내부 인력 조정을 통해 수사 역량을 보강해나가고 있다. 변호사·회계사 등 수사 분야 경력채용도 연 200명 수준으로 확대되며, 경찰청의 2026년도 예산은 전년대비 7천341억원이 늘어난 14조2천621억원으로 편성됐다.
경찰청은 올해 초 전국 경찰서 198곳에 정보과를 다시 부활시켜 1400여명의 '정보 경찰'을 기존 광역체계에서 일선 서 체계로 전환하기도 했다. 앞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출범한 가운데 정보 기능까지 사실상 경찰의 독주체제로 전환된 셈이다.
최근엔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뒀지만, 경찰청은 신임 본부장 선발을 위한 공개모집 절차가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약 3만여명의 수사관을 지휘하는 국수본의 수장 자리에 외부 전문가의 지원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돼 결국 경찰 내부 인사 발탁이 유력해지면서 결국 경찰력의 견제 장치 부재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10건 중 4건 보완…검찰청 폐지 후폭풍 우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 권한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또 비대해진 경찰력을 감시·견제할 장치는 너무 헐겁고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 수사 역량의 편차가 상당한 수준"이라며 "사기 사건이나 금융 범죄의 경우 계좌 추적이나 자금 흐름 분석 등 전문 수사가 필요한데 경험과 역량 부족으로 진척이 없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부담이 큰 수사부서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경찰관들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한 일선 경찰이 수사에 도움을 받고자 피해자나 피의자에게 변호사 선임을 권유하는 촌극도 심심찮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4월 전국 12개 검찰청의 송치사건 5만5천174건 중 보완 수사가 이뤄진 사건은 2만5천152건으로 나타났다. 보완 수사 실시율은 45.6%로 송치 사건 10건 중 4건 이상에 대해 보완 수사가 이뤄진 셈이다. 경찰의 초기 수사 역량과 사건 종결 판단의 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검찰청을 폐지 이전 경찰에 대한 외부 통제와 사법적 견제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경찰이 종결한 사건까지 검찰이 점검할 수 있는 전건 송치 제도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는 이달 초 입장문을 내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 또는 전건 송치 제도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문위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지연, 사법 절차 비용 증가, 경찰의 1차 수사권 남용 가능성, 사건 암장에 대한 실질적 통제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며 "현재 논의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 기존 문제를 더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