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 교권보호국 신설?…"교권보호 막는 법·제도 개선 우선돼야"

입력 2026-06-21 14:28:16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무너진 공교육 현장 현실감 있게 담아내 호평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기준 지나치게 모호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대한민국 교권보호국은 오늘부로 이 학교를 참교육하겠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45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교육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참교육'은 교육부 장관 직속 가상 부서인 '교권보호국'의 직원들이 학교 현장에 투입돼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는 내용이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며 현실에서도 교권보호국을 설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치·교육계에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교육부 내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제시했고,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도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교권보호국 신설 여부를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무너진 교육 현장과 닮은 '참교육'

드라마는 매 회차마다 다양한 주제에 걸쳐 무너진 공교육 현장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화에서는 국회의원 자녀가 학교를 장악하고 권력형 학교폭력(학폭)을 저지르지만 교사와 학교가 방관하며 피해 학생이 고립되는 내용을 담았다.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후보, 김승희 전 대통령실 비서관 등 잊을만 하면 터지는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학폭 은폐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2화에서는 학생이 SNS와 여론을 이용해 무고한 교사를 성추행 가해자로 몰았으나 학교와 교육청이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지난 2017년 학생 생활지도 과정의 신체 접촉이 성추행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교사가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안 상서중 교사 사망 사건'과 닮았다.

5화는 악성 학부모의 끊임없는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협박으로 인해 교권이 무너지는 내용으로, 지난 2023년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던 20대 초임 교사가 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유사하다. 같은 해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이었던 학부모가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지시하듯 말하지 말라",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며 갑질을 한 사건도 연상케 한다.

이외에도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 촉법소년들의 강력 범죄, 청소년 도박·마약 문제, 대치동의 ADHD 약물 남용 등 실제로 벌어진 사회적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김영진 대구교총 회장은 "드라마를 시청한 많은 교원들이 통쾌함과 안타까움, 씁쓸함이 교차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교권 침해와 생활지도의 어려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실효성있는 교권보호 방안 논의부터

교육계에서는 단순히 교권보호국이라는 조직 신설보다는 현재 교권 보호를 가로막고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법안은 아동복지법이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모호해 교사의 어떠한 교육 활동도 아동학대 신고,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3년 차 초등교사 정모 씨는 "드라마에도 나왔듯이 지금은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했다는 단순 의심만으로도 교사를 신고할 수 있다"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교권보호국이 신설된다 해도 교육부 장관과 감독관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어디까지인지 국가 차원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8년 차 초등교사 장모 씨는 "교사를 어디까지 면책해 줄 것인지, 학생·학부모들은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는지 등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게 교권보호국 신설보다 실효성이 있다"며 "그런 기준 없이는 민원과 신고의 위험에 놓인 교사들의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도 "수만 건에 이르는 아동학대 신고 사례들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신고가 들어왔을 때 유사한 사례가 무혐의 처분이 났다면 경찰에서 사안을 바로 기각시키거나 조기 종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교권 침해 문제가 정책 의제가 될 수 있도록 드라마가 큰 역할을 했다"며 "지역 교육권보호센터, 교권보호위원회 등 기존 조직의 교권 보호 대책이 왜 실효성이 없었는지 살피고 어떤 법적·제도적 권한이 필요한지 제대로 따져볼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