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밤샘하며 전교 상위권 생기부 꽃받침…3~4등급의 말 못할 슬픔
2028 개편안도 본질은 숫자,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내신·수능 최저 등급별 '맞춤 전략'
대입 전형의 다변화라는 명목 아래 굳건히 자리 잡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소수 상위권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대다수 평범한 학생들을 동원하는 구조적 모순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의 대입 전형별 선발 비율을 보면 학종은 전체 모집 인원의 29.8%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대구 지역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상당수 학생들에게 이 전형을 강제하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유발하는 모양새다. 특히 수성구와 달서구 등 이른바 교육 특구로 불리는 지역의 일반고교를 중심으로 대학의 평가 기준에 맞춘 무리한 교육과정 개설과 이에 따른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논란이 표면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 모 고등학교의 경우, 3학년 교육과정에 일반고에서 소화하기 힘든 '고급 물리학'과 '고급 미적분' 등 전문 교과를 편성해 운용 중이다. 해당 과목들은 물리학Ⅰ이나 미적분 등 기초 과목에서 4·5등급을 받은 학생들까지 강제적으로 수강 신청을 하도록 유도되어 파행을 겪고 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학생(평균 3.8등급)은 지역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학교의 학생부교과전형(교과우수자전형) 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정작 매주 15시간 이상을 상위권 학생들과 함께하는 '고급 물리학' 팀 프로젝트와 수행평가 보고서 작성에 빼앗기고 있다. 한 학생은 "반에서 전교 1등을 달리는 학생이 조장을 맡은 4인 공동 연구 과제에서 단순 자료 입력이나 실험 도구 정리 같은 보조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며,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해 수능 기출문제를 한 문제 더 풀어야 할 시기에 원서조차 쓰지 못할 전형을 위해 왜 밤을 새워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구조는 일선 학교들이 서울대나 의약학 계열 진학 실적을 낼 수 있는 상위 5% 이내의 핵심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나머지 95%의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결합되는 과정에서 심화된다. 수성구의 또 다른 고등학교인 F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B씨는 학교 측이 운영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의 실상에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전교 최상위권 학생의 생기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란에 '동료 학습을 주도하고 나눔을 실천함'이라는 문구를 넣어주기 위해 내신 4.2등급인 본인의 아이가 들러리 격인 멘티로 지정됐다며, 이 프로그램이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함에도 학교는 마치 모두를 위한 진학 지도인 양 학부모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통계적 실증 자료 역시 학종의 이 같은 외형적 화려함이 허상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수도권 중위권에 위치한 H대학교의 지난해 수시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학종 최종 등록자 중 일반고 출신 비율이 98.2%에 달한 반면 자사고는 0.1%(1명), 외고·국제고는 1.2%에 그쳤다. 이는 대학들이 학종에서도 결국 정량적인 내신 등급을 주된 지표로 활용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예컨대 기계공학과 지원자라면 화려하게 치장된 탐구 보고서 서술보다 수학Ⅱ나 물리Ⅰ에서 받아온 2등급이라는 물리적 숫자가 합격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 역시 최근 주요 대학들이 학생부교과전형에 서류 평가를 20~30%씩 반영하거나, 정시 수능 위주 전형에 교과 평가를 도입하는 추세에 대해 냉정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학교가 정시모집 지역균형전형에서 수능 60%와 교과 평가 40%를 합산하고,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가 정시 및 교과 전형에 서류 종합평가를 결합한 것은 학생들의 역량을 다각도로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한 행정적 요식 행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체제 하에서도 대입의 변별력은 결국 철저한 상대평가 5등급제 내신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는 본질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지역의 많은 입시 전문가들은 일선 고교와 대학이 연출하는 서류 위주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철저한 내신 기출 분석과 수능 대비라는 실리적 개인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만이 왜곡된 입시 구조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윤경민 크라스에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