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부지서 노유자시설로 변경…절차 적정성 논란
'주민 의견 수렴 없었다' 반발
동구청 "법적 문제 없다"·건축주 "소통 확대 나설 것"
대구 동구 율하동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인근에 추진 중인 민간 노인요양시설 건립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 주민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요양원 건립 계획의 전면 무효를 주장한다. 반면 동구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된 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18일 율하 A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요양원 건립반대위원회'는 동구청 앞에서 노인요양시설 건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요양원이 아파트 단지와 10여m 거리를 두고 들어서는데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며 "공사가 시작된 뒤에야 사업 사실을 알게 됐고,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요양원은 전면 무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양원을 둘러싼 잡음의 발단은 2024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아파트 앞 872㎡ 규모 부지는 기존 유치원시설용지에서 노유자시설용지로 변경됐다. 원아 감소로 유치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건축주 측이 요양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가 진행됐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은 도시·건축 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건부 수용됐다. 당시 위원회는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조건으로 계획 변경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별도의 설명회나 공청회 등 실질적인 의견 수렴이 없었기 때문에 해당 조건이 사실상 이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도출된 협의안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최대 98명의 이용인을 수용할 수 있는 해당 요양원은 연면적 2천576㎡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계획됐다. 올해 1월 건축허가를 받아 4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내년 3월 말 준공 예정이다.
공사 과정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공사 현장이 주거지역 소음 기준을 초과한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사업주 측은 4차례 '공사 중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주민들은 향후 교통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요양원 예정 부지는 아파트 출입구와 연결된 왕복 4차선 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구조다. 입소자와 방문객 차량이 집중될 경우, 주민들의 진출입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주민은 "노인복지시설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수렴 없이 추진된 행정절차가 문제"라며 "비대위 차원에서 행정심판과 국민신문고 민원 제기 등 법적·행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선 도시·건축 공동위원회 심의 이전 도시관리계획안 열람 공고를 실시하면서 사업 내용을 신문과 구청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안내했다"며 "위원회에서 주민과의 소통 필요성에 따라 건축주 측이 민원 발생 시 적극 대응하겠다는 조치 계획을 제출했고, 아파트 인근에 요양원 설치 관련 현수막을 게시한 것도 확인됐다.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행정행위라 법상 위배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건축주 측도 "기존 유치원 용지를 노유자시설 용지로 변경하는 과정과 관련해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도로변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연락처도 함께 공개했다"며 "지난달 열린 주민설명회에도 요양원 사업 운영계획서 등을 제출했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지하 공법 변경안을 동구청에 제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이 요양시설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다른 곳에서 운영 중인 요양시설 견학 기회를 마련해 이해를 돕고, 앞으로도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성실히 답변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