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인쇄 예산 145억원 편성했으나 실제 집행은 82억원
투표 중단된 전국 26곳 투표소, 투표 못한 유권자 최소 39명
지난해 대선 때 과거 선거 투표지 5장 발견…선관위 130건 소청 접수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 부실 정황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도 실제 인쇄량은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으며, 지난해 대선 투·개표 과정에서 과거 선거에 사용된 투표지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김천)이 중앙선관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선거인수의 110%'를 기준으로 확보하도록 요구해 총 145억1천957만원을 편성했지만, 실제로는 편성액의 56.5% 수준인 82억498만원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용지 인쇄 예산 집행률을 지역별로 보면 울산이 90.3%로 가장 높은 반면 서울(55.0%), 경기(55.1%), 광주(48.4%), 인천(48.2%), 부산(46.6%), 대구(36.8%) 등은 전국 평균 집행률(56.5%)을 밑돌았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인쇄 계약 단가가 예산 편성 당시 단가와 달라지면서 투표용지 인쇄량이 크게 줄어든 사례도 발견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울 송파구의 경우 구청장 선거 투표용지 인쇄 단가를 예산 편성 당시 '장당 30원'으로 적용했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50% 비싼 '장당 45원'으로 적용했다. 예산 편성 당시의 인쇄 단가를 그대로 적용했다면 총 42만4천200장의 투표용지를 인쇄할 수 있었으나, 장당 45원으로 적용하면서 인쇄 물량은 28만800장에 그쳤다.
투표용지 인쇄 예산 집행액이 당초 편성액을 초과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청장 선거에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으로 1천105만원을 편성했으나, 실제 집행액은 총 1천330만원이 쓰였다.
이와 함께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고령성주칠곡)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한 전국 26곳 투표소에서 실제 투표를 포기하거나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가 최소 39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대선 때 2024년 총선 등에서 사용된 투표지 5장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공직선거 절차사무 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투·개표 과정에서 ▷2024년 총선 경기 김포·부천 국회의원 선거 투표지와 서울 구로구 비례대표 투표지 ▷2022년 지방선거 서울 강서구 시의원 선거 투표지 ▷지난해 부산교육감 재선거 투표지 등이 각 1장씩 발견됐다. 선관위는 이 투표지들이 선거 결과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집계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투표지들은 투표함 내부와 관내 사전 투표함 연결 부위 등에서 발견됐다. 선관위는 원인에 대해 '투표함 보관·정비 및 개함 과정 에서의 잔류 투표지 확인 미흡' '투표함 내부 굴곡 부위에 투표지가 밀착된 경우' 등이라고 해명했다.
사태가 커지자 여야 정치권도 연일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천준호·전용기·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개표소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았지만,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위 참가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 1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 기획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까지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총 130건의 소청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 소청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은 이날까지이며, 국민의힘이 서울 등 최대 9개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 소청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최종 소청 건수는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소청이 접수되면 선관위 소청심사위에서 60일 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