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박 중독 상담 청소년 2021년 51명→2024년 161명…3배 증가
"도박을 범죄 아닌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우 많아…예방이 관건"
인기리에 방영 중인 '넷플릭스'의 시리즈 '참교육'의 일부 회차에서 교실 안 학생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사이버 도박을 하며 점차 빠져들어 결국 금품 갈취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모습을 그려냈다. 작중 교권보호국의 '참교육'으로 사이버도박에 빠진 학생들이 구제되며 회차가 마무리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달리 사이버 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청소년들 역시 도박 범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상담기관을 찾는 청소년도 해마다 늘고 있다.
◆ 친구 따라 시작한 도박…빚·자퇴로 이어져
"도박을 끊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자꾸 다시 손대게 돼요."
대구의 18세 청소년 A군은 최근 불법 스포츠도박 중독 문제로 상담기관을 찾았다.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처음 접한 온라인 도박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한 달 동안 도박을 한 날만 30일. 지금까지 잃은 돈은 1천만원에 달한다.
처음에는 용돈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 돈이 떨어지자 친구들에게 손을 벌렸다. 친구들은 돈을 빌려주며 이자를 받았고, A군이 갚지 못하자 부모에게 연락해 원금과 이자를 요구했다. 결국 A군은 결석이 잦아지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교우관계도 위축됐다. 도박을 끊어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뚜렷한 목표도, 취미도 없는 A군은 습관처럼 도박을 했다.
16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이용인원 통계에 따르면 도박 문제로 치유 서비스를 받은 대구지역 청소년은 2021년 51명에서 2022년 90명, 2023년 127명, 2024년 161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30명을 기록했다.
이들 대부분은 온라인 도박 이용자였다. 지난해 상담·치유 서비스를 받은 청소년 130명 가운데 127명은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도박 이용자는 3명에 불과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청소년 도박이 학업 중단과 가족 갈등, 채무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B(17)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처음 도박을 시작했다. 이후 불법 스포츠도박과 온라인 도박에 빠졌다.
B군 역시 최근 한 달 동안 매일 도박을 했다. 가장 크게 땄던 돈은 160만원이지만 결국 수백만원을 잃었고 누적 손실액은 2천만원을 넘어섰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과 선배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빚이 쌓이자 부모가 1천600여만원을 대신 갚아줬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친구들과 관계는 틀어졌고 불안과 우울 증세까지 겪게 돼 결국 학교를 자퇴했다.
도박으로 2천만원가량을 잃은 C(18)군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적게는 2만원, 많게는 700만원까지 빌렸다. C군은 도박으로 돈을 따 빚을 갚으려 했지만, 돈을 따면 더 큰 수익을 기대하며 베팅을 이어갔고 잃으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에 나서는 안숙환에 빠졌다. 결국 도박 빚만 1천400만원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관계가 틀어졌고 부모의 신뢰도 잃었다.
◆ 상담 늘었지만 대부분 수면 아래에
문제는 상담기관을 찾은 청소년들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도박 문제는 대게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청소년 스스로 중독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이미 심각한 중독에 이른 뒤에야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온라인 도박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물론 온라인 카지노와 사다리 게임, 각종 베팅 사이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상담 사례에서도 도박 시작 계기로 '페이스북 광고'와 '친구 권유'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돈을 잃더라도 만회하려는 심리로 다시 베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채무가 발생하고 학교 부적응, 결석, 자퇴, 가족 갈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경찰에서도 청소년들은 잃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에 손을 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부모 계좌를 무단 사용하거나 친구를 상대로 사기를 저지르는 사례도 실제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오기혁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관은 "처음엔 몇천원 정도로 게임처럼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해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중독 위험도 훨씬 커졌다"며 "처음엔 피해자였던 청소년이 어느 순간 가해자가될 수있다. 도박은 절대 게임이 아니다. 한번 빠지면 학업과 인간관계, 미래까지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을 더 이상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접근하는 온라인 도박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의 일상과 학업, 미래를 위협하는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랑 수성중독연구소 소장은 "청소년들은 도박을 범죄가 아닌 게임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이라도 도박으로 돈을 따본 경험은 재발 위험으로 남는 만큼 예방 교육과 조기 개입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