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학생들이 12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시국선언(時局宣言)을 한다. 선거 관리 부실 및 투표권 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 16개 대학 총학생회는 10일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춰 동시다발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집회를 가졌다. 이날 ▷국정조사·특별검사를 통한 진상 조사 ▷국가 기본권 침해 구제 대책 마련 ▷선관위 구조 개혁 ▷대학생 등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 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영남대 학생들도 지난 8일 시국선언을 통해 선관위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10일 현재 전국 200여 대학에서 총학생회 등이 관련 성명을 내놓은 상태다.
시국선언은 정치·사회적 혼란, 문제 등을 바로잡기 위해 촉구하는 선언이나 연설이다. 주로 교수·재야 인사 등 지식인, 종교계 인사들이 시대 상황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해결을 촉구할 때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시국선언으로는 4·19 혁명 직후인 1960년 4월 25일 당시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등 독재에 항거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있다. 이승만은 다음 날 하야(下野)를 결정하고 27일 사임했다. 민주화 이후엔 시국선언이 일반화되고 주체도 다양해졌다. 대학생·고교생들도 시국선언의 대표적인 주체가 됐다.
대학가 시국선언의 대표적인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 등이다. 투표용지 부족도 큰 사안이긴 하지만 앞선 사태와 무게감은 다소 다르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의 분노와 반응이 더 격렬한 이유는 뭘까. 공정과 절차, 기본의 문제다. 이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엄격하게 적용하면서도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가치이자 잣대다. 그런데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고, 절차는 무시됐으며, 공정은 훼손됐다. 가장 기본인 참정권이 침해되면서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힌 것이다. 게다가 이제 막 획득한 권리를 빼앗겼다는 박탈감(剝奪感)도 컸으리라.
대학생들이 들어올린 것은 정치적 깃발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원칙이다. 정부와 선관위, 국회가 그 요구에 투명하고 실질적으로 응답하지 못한다면 시국선언에 그치지 않는, 더 크고 거센 저항에 직면(直面)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