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혜선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최근 경북 봉화에 있는 경북농업기술원 '봉화약용작물연구소'를 찾았다. 1994년 설립 이래 약용작물의 명품화를 이끌어온 연구실과 시험포를 둘러보며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동력이 '지역 현장'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47개 연구소를 중심으로 69개 '지역특화작목'을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각 지역 기후와 토양에 최적화된 고부가가치 작목을 발굴하고 기술개발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이 사업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핵심 열쇠다. 농진청이 전국 지역 연구소와 원팀이 되어 현장 맞춤형 연구를 전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북은 예로부터 대한민국 약용작물의 뿌리였다. '세종실록지리지'에 태백산 자락의 당귀와 인삼 등이 왕실 진상 약재로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의학 유산인 '동의보감' 초판본을 목판으로 인쇄해 널리 퍼뜨린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경북은 지금도 명실상부한 약용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기준 오미자의 전국 생산량 중 경북이 40%(2천118톤)를 차지한다. 봉화약용작물연구소가 품종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약용작물 연구의 핵심은 균일한 효능을 내는 표준화된 품종 개발인데 연구소는 2024년 이후 오미자 3품종, 작약 3품종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가 선보인 오미자 신품종 '썸레드'를 포함한 3개 품종은 최근 연구를 통해 근력 개선과 체지방 감소 효과를 입증하며 특허 등록을 마쳤다. 다이어트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은 현대인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러한 기능성을 무기로 신품종 썸레드는 루마니아 등 까다로운 유럽 시장으로 수출길에 오르는 성과도 이루었다.
또 다른 주역인 작약의 변신은 더욱 흥미롭다. 흔히 한약재로만 생각하던 작약은 세계적인 명품 향수의 시그니처 소재일 만큼 글로벌 감성을 지닌 작물이다. 연구소가 개발한 작약 신품종들은 기존의 약용(뿌리) 범위를 넘어 화려한 시각적 가치를 지닌 관상용 '꽃작약'으로서 화훼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꽃작약은 대도시 근교 농가에서 재배될 때 도시민이 즐길 수 있는 '치유농업'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 실제로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뇌파(알파파)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2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구 시민이 근교 농장에서 만발한 작약꽃을 보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행복을 채울 날이 머지않았다. 동시에 연구소는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약용작물의 병해충 실태 조사와 안정 생산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원료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한편, 기능성 소재 활용 연구를 통해 우리 약용작물의 산업화를 견인 중이다.
지역의 특화작목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살고, 대한민국이 균형 있게 발전한다. 앞으로도 농진청은 봉화약용작물연구소와 같은 지역 연구소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올여름에는 다이어트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은 현대인에게 최고의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뜻) 소재인 오미자를 곁들여보길 권한다.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지역특화작목의 내일과 함께,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의 건강하고 활기찬 여름날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