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과 실용성이 21세기 박물관의 핵심"
박물관이 유물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인공지능(AI)과 굿즈, 교육이 결합한 문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김재홍 국민대학교 글로벌인문지역대학 한국역사학과 교수는 8일 오후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디지털은 공부해야 하고 AI는 즐겨야 한다"며 21세기 박물관의 변화를 이같이 짚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김 교수는 이날 '21세기 박물관의 AI 환경'을 주제로 박물관의 역할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박물관을 구성하는 3대 요소로 물건, 사람, 장소를 들었다. 과거 박물관이 소장품과 전시 공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관람객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기본 기능도 자료 수집, 조사·연구, 전시·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21세기 박물관의 핵심 조건으로는 전문성과 실용성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의상대사처럼 치열하게 공부하고 원효대사처럼 대중과 함께 생활하라"는 말을 역사학자의 모토로 소개했다. 유물에 대한 독창적 해석과 대중이 체감할 수 있는 활용이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박물관 문화상품인 '뮷즈'(뮤지엄+굿즈)도 같은 맥락이다. 뮷즈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유물의 의미와 스토리를 담은 실용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변화는 대표 사례로 꼽혔다. 김 교수는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650만명에 이르고 매출액도 연 400억원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취객선비 변색 잔, 석굴암 조명 같은 상품은 유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박물관은 돈이 된다. 역사학도 돈이 된다"고 말했다.
박물관 교육 방식도 바뀌고 있다. 김 교수는 대영박물관에서 케임브리지 학생들이 실물을 앞에 두고 수업을 듣는 모습을 언급하며 강의실 중심 교육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박물관도 시대순 전시에서 벗어나 물질별 특성과 주제별 스토리텔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 전시는 단 한 점의 유물로도 강력한 흡인력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디지털 기술과 AI는 박물관의 새 환경을 만드는 핵심 도구로 꼽혔다. 김 교수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 미디어 파사드, 시각·촉각·청각 체험존 등을 예로 들며 박물관과 디지털의 융합이 관람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실제 원본이 외국에 있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관람객은 그 의미와 맥락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AI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원래 모습과 스토리를 찾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10년간 박물관의 지향점으로 공감, 연결, 융합, 공존을 제시했다. 공감은 의미 있는 전시를 만드는 일이고 연결은 세대 간 갈등을 치유하는 공간이 되는 일이다. 융합은 역사 유물과 미술, 디지털 기술을 따로 보지 않는 시각이며 공존은 다문화 사회와 세계 유산을 함께 바라보는 태도다.
김 교수는 박물관의 변화가 대학과 학문 체계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봤다. 요즘 대학에서는 전공과 학과의 경계가 바뀌고 융합과 AI가 주요 트렌드가 됐다. 과를 하나만 정하는 시대는 지났고 디자인, 디지털, 역사, 교육이 함께 움직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에도 박물관은 진짜를 찾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유물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 찾아내는 독창성과 이를 대중이 즐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실용성이 21세기 박물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