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초과이윤'을 국가가 걷어 국민에게 뿌린다"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아이디어로 한국 주식시장은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외신은 이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청와대는 "초과이윤이 아니라 '초과세수'를 말한 것이었다"며 "세금을 걷어 나눠 주자는 것이지 기업의 이윤을 징발해서 뿌리자는 말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둘러댔다. 세금을 뿌리는 게 이윤을 뿌리는 것보다 좀 낫다고 생각했다니 꽤나 웃긴 대목이다.
우리와 정반대의 길을 택해 빈국에서 부자가 된 나라가 있다. 바로 아일랜드다. 원래 아일랜드는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국가의 체질을 뿌리부터 뒤집는 만고의 시간을 거쳐 이제는 1인당 GDP가 세계 2위인 부자 나라다. 유럽의 병자라는 오래된 별명을 떼어내고 이제 명실상부한 유럽의 왕자로 거듭났다. 대체 어떻게 이들은 환자에서 왕자가 됐을까.
최근 아일랜드에는 기괴한 소송이 있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애플에 한화 21조원에 해당하는 130억유로의 법인세 납부를 명령했다. 애플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애플이 승소하면 아무 일이 없고 애플이 패소하면 돈방석에 앉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괴상한 짓을 했다. "애플은 불공정한 조세 혜택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애플 편에 서서 돈을 받지 않겠다고 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아일랜드는 그 돈을 받지 않기 위한 변호사비로만 147억 원을 썼다. 수백조원을 흥청망청 뿌려대는 한국의 시각에서 21조원이면 큰 돈이 아닌 것 같지만 아일랜드 인구는 한국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는 패소했다. 그런데 뜻밖의 횡재로 벌어들인 21조원을 바라보는 아일랜드 정부·정치권 시각은 한국과 완벽하게 대조됐다. 총선을 앞두고 아일랜드 일각에서도 이 돈을 현금 지원으로 뿌리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재무부 장관, 인프라부 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나서서 딱 잘라서 거절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 돈은 횡재일 뿐이다.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돈이기에 일상 소비에 사용해선 안 된다. 장기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내 그 횡재를 오직 주택과 에너지, 상하수도, 도로, 네 가지 인프라에만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뿐 아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수를 다 쓰지 못하도록 하고 일정액을 의무적립 하도록 법으로 정해놨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기금과 불황기에 인프라 투자를 유지하기 위한 기금 등 미래를 위해 온갖 대비를 다 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역사상 유례 없는 호황기를 지나고 있지만 이 호황은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래를 대비한다. 반면 한국은 조금이라도 공돈이 생기면 그 돈을 뿌려 매표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아일랜드는 세금을 적게 받는 것이야말로 경제의 에너지이자 조세 경쟁력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법인세를 안 받겠다고 소송까지 불사한다. 반면 한국은 누가 장사를 잘하면 온 국민이 나서서 거기 숟가락을 들이댄다. 돈이 생기면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놓는 아일랜드와 있는 돈 다 쓰고 미래 세대 이름으로 빚까지 내서 더 쓰는 한국의 미래, 그 차이는 무척 자명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나날이 환자가 돼 가고 있는 한국과 나날이 부자가 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격차다. 마시멜로를 안 먹고 기다린 아이가 모든 면에서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보다 더 성공한다는 '마시멜로 이야기'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는 눈앞 마시멜로를 얼른 삼켜버리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그도 모자라 남의 마시멜로까지 탐을 내면서 말이다.
이재홍 프리드먼연구원장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