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6시쯤부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이야기로 도배가 됐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반갑게 맞이했던 배 의원이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 돌연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포착됐다는 사진이 돌아서였다. 누리꾼은 사진의 진위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 하기 시작했다.
매일신문은 사진을 찍었다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어렵사리 촬영자를 찾고 저작권을 허가 받을 수 있었다. 사진을 건네 받는 김에 인터뷰도 진행했다.
━어쩌다 배 의원 사진을 찍게 됐나.
"난 일본 유학생이다. 지난달 31일 투표하러 한국에 들어왔다가 투표를 마치고 5일 오후 3시45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5시50분 하네다공항으로 도착하는 아시아나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입국 수속하는데 배 의원이 보여 급하게 사진을 찍었다. 안 그래도 정치적으로 이슈가 많은 터라 눈에 확 띄었다."
━보자마자 무슨 생각이 들었나.
"지금 송파구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불법 개표로 다들 난리가 났는데 '얘는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여기 왜 왔는지 궁금하다. 한동훈 보고 웃을 시간에 자기 뽑아준 사람한테 가서 힘을 보태야 하는데 장동혁 책임론을 논하질 않나... 겨눠야 할 총구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하는 짓이 나라 팔아먹듯이 국민의힘을 팔아 먹고 있는 것 같다. 그럴 거면 탈당하면 되는 것 아닌가. 차라리 김상욱이 낫다. 자기 지역구가 그 모양이 돼있는데 일본에 왔다? 뻔뻔하고 이상하다."
━비행기 푯값이 요즘 만만찮다. 어쩌다 이렇게 투표를 하러 한국까지 오게 됐나.
"요즘 한국-일본 비행기 푯값이 50만원쯤 한다. 나라가 무너져 가는데 그깟 비행기 푯값이 문제일까. 내가 행사하는 1표가 가치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그 하나하나가 모여서 국민의 뜻이 된다고 믿는다. 국민 하나하나가 본인의 존재 가치와 나라의 가치를 알면 1표가 굉장히 중요하단 걸 알 수 있다."
━추가로 남기고 싶은 말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 사람의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참정권이 얼마나 귀한 권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대신 지켜주는 게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비로소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지금 이 순간만큼 와닿은 적이 없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꼭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 생각은 달라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함께 고민하려는 마음 만큼은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일을 통해 국민이 더 깨어나고 정치인이 국민을 더 두려워하게 되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한다.
송파구가 그 난리인 상황에서 일본행을 택한 배 의원에게 한 가지 더 말하고 싶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철새 정치, 박쥐 정치는 결국 국민을 위한 것도 나라를 위한 것도 아니다. 현명한 유권자는 그 차이를 안다. 편 가르기에 지친 우리가 다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날, 대한민국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5일 오전 경찰은 물리력을 투입해 배 의원 지역구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을 강제로 반출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이었던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해 투표 마감 시한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했던 투표소 가운데 한 곳이다.
시민들은 "투표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출구 조사·개표가 시작돼 선거가 공정치 못하게 진행됐다"며 투표함 반출 저지 시위를 시작했다. 투표소 앞에 모여 스크럼을 짜고 투표함을 지켰다.
경찰의 물리력 투입으로 투표함을 지키던 일반 시민이 여럿 다치는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경찰이 시민의 바짓가랑이를 잡아채 끌어내다 시민의 바지가 벗겨지기도 했고 경찰 여럿이 노인을 바닥에 질질 끌며 끄집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잡아먹을 듯이 돌진하다 상관이 가까스로 막아내는 초유의 인권침해 장면도 연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배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106명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에 이번 사태를 '소요'라고 표현했다. 소요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모여 폭행이나 협박 또는 파괴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다.
이 사실이 보도된 뒤 논란이 증폭되는 와중 배 의원이 한 건 국회로 첫 출근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 맞이였다. 그런 뒤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는 배 의원 사진이 인터넷에 퍼진 것이다.
매일신문은 배 의원에게 전화와 문자, 텔레그램으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배 의원 보좌진은 텔레그램으로 보낸 질의를 확인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