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중동·외국인 매도 동시 충돌…고환율 장기화 경고
원·달러 환율이 4일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개장가 기준 1,530원을 넘어섰다. 미국의 추가 관세 예고, 미·이란 군사 충돌 재개,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까지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맞물린 결과다.
◆관세·중동·외국인 매도 여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마감했다. 13.6원 오른 1,530.0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개장 직후 1,530.8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장중 1,530원을 넘긴 것은 지난 3월 31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특히 1,530원을 넘겨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이다.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2009년 2~3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1거래일 연속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사흘 연속 상승해 99.5선을 넘었다.
환율 급등의 도화선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관세 발표였다. USTR은 지난 2일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차단 조치가 미흡하다며 한국·일본·중국 등 54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12.5%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발표 직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533.1원에 마감했다. 국내 시장이 열리기 전 역외에서 환율이 먼저 1,530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전날 역외 움직임을 뒤늦게 반영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정세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2일 미국이 케슘섬의 통신탑을 공습하자 쿠웨이트의 미군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해군 5함대 사령부를 미사일·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공항은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인명·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4월 8일 휴전 이후 양측의 가장 큰 충돌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도 달러 수요를 부추겼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112조3천255억원에 달한다. 국내 주가가 급등하자 외국인이 주식 비중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리밸런싱과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나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으며, 같은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60조5천억원에 달한다.
◆당국 개입에도 상승 압력 지속
외환당국은 잇따라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다. 지난달 22일 환율이 장중 1,520원에 근접하자 당국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1,519.5원까지 재차 올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수단과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상방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강달러, 외국인 순매도에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져 굵직한 원화 약세 재료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10일 발표되는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환율 상방 압력이 추가로 자극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