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수주 증가에도 중소·전문건설 줄폐업…주택 공급 기반 '흔들'

입력 2026-06-01 13:55:49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올 1분기 폐업 1천88건, 1년 전보다 17.6% 급증
한계기업 비중 44.2%·건설기성 5.6% 감소 '현장 부진'

지난 4월 22일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작업을 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4월 22일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작업을 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건설수주가 올 들어 반등세를 보이지만 중소·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 경영 위기는 오히려 심화하면서 향후 주택 공급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1일 펴낸 'RICON 건설브리프' 6월호(제104호)에서 "건설업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이란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까지 겹치면서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건정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수주(경상)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늘었고, 건축착공면적도 9.7%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공사 진행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같은 기간 5.6% 감소했고, 건축허가면적도 5.0% 줄어드는 등 현장 생산활동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정연은 "최근의 수주 증가세가 공사비 상승에 따른 명목금액 확대와 기저효과의 영향이 큰 만큼 이를 건설경기의 본격적인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건정연은 건설업계 내부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대형 건설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반도체 플랜트, SMR 등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는 금융 접근성 열위와 수주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1분기 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1천88건으로 지난해(925건)보다 17.6% 급증했다. 외부감사 대상 건설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한계기업 비중은 44.2%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86%를 차지한다.

전문건설업계 위기는 한층 심각하다는 게 건정연의 진단이다. 전문건설업은 재료비와 노무비가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여서 자재비, 인건비 상승분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공사 완료 후 대금을 받는 비중이 높아 운전자본이 상시 부족하고, 지급 지연과 미수금 증가까지 겹치면서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생산체계 개편 이후 종합건설업과 시장 영역 잠식이 심화한 점도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현장 위기는 향후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수년간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중소 건설사 폐업이 잇따르면서 신규 주택 공급 여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중소·전문건설업체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정연은 공사비 현실화와 ▷계약 제도 개선 ▷전문건설업 하도급 생태계 건전화 ▷중소 건설사 금융 지원 확대 등 규모별·업종별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란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현장 원가에 본격 반영될 경우 종합건설업의 이익률 개선 흐름이 다시 꺾이고, 한계에 몰린 중소 건설사의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선구 건정연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건설산업 생태계는 종합건설업과 수만 개 전문건설업이 맞물린 수직적 공급망 구조로, 공급망 하단 붕괴는 전체 건설산업 역량 손실로 귀결된다"며 "단기적 경기 부양과 함께 하도급 생태계 건전화, 공사비 현실화, 소형사 금융 지원 등 구조적 처방을 병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