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후 송환된 주범 A씨 구속기소…대검, 형사부 우수사례 선정
20여 년 전 모텔 객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피해자들을 협박해 수천만원을 갈취한 장기 미제사건의 주범이 검찰의 보완수사 끝에 구속기소됐다.
31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50대 A씨는 2002년 12월부터 2003년 5월까지 모텔 객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할 것처럼 피해자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A씨는 공범 2명과 함께 피해자 5명을 협박해 이 가운데 3명으로부터 총 3천95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6년 1월부터 3월까지 피해자 15명에게 이메일로 성관계 영상 캡처 사진을 보내며 유포를 빌미로 협박해 6명으로부터 841만원을 갈취하고,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범행 직후 해외로 도피한 A씨는 장기간 기소중지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후 별건 수사 과정에서 국내로 송환되면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피의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 데다 사건 발생 후 20년이 넘게 지나 관련 증거가 상당 부분 흩어져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일부 사건은 불구속 송치되거나 불송치된 상태였다.
수사를 맡은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23년 전 압수돼 보관 중이던 비디오테이프와 협박 녹음이 담긴 오디오테이프를 복원한 뒤 디지털화해 재분석했다. 또 각 경찰서에 흩어져 있던 수사 기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계좌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의 연결고리를 추적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의 범행을 입증할 핵심 증거를 확보했고, 결국 A씨로부터 범행과 여죄 전반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나아가 기존에 불송치로 종결됐던 유사 공갈 사건들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이진순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40기) 등을 올해 4월 형사부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대검은 "해외 도피로 장기간 법망을 피해온 공갈 사범을 엄단해 국가 형벌권 확립에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부부장검사는 "23년 가까이 압수창고에 보관돼 있던 비디오·오디오테이프를 복원하고, 여러 지역 경찰서에 흩어진 사건 기록을 하나씩 대조하면서 범행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며 "하나의 기록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정황들이 종합 검토 과정에서 드러났고 이를 바탕으로 피의자의 자백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보완수사권을 통해 장기 미제사건의 실체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사법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보완수사가 실체적 진실 발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