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현, 찰떡 호흡으로 양창섭 완봉승 도와
귀향한 임기영, 롱릴리프로 불펜 소모 줄여
크게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빈틈을 메우는 것도 중요한 일. 삼성 라이온즈의 포수 장승현(31), 불펜 임기영(32)이 맡은 역할이다.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라 변수가 적잖다. 계획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 같은 선수가 더 반갑다.
◆새 둥지서 어렵게 잡은 기회
프로야구 정규 시즌은 마라톤. 선수층이 두터워야 버틸 수 있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가 생기기 마련. 대체 자원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다칠 수도 있다. 세 번째, 네 번째 카드까지 준비해둔 곳이 강팀으로 꼽히는 이유다.
장승현과 임기영은 삼성 입단 동기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됐다. 2차 드래프트는 각 구단의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드래프트. 제도 운영 취지대로 이들은 새 둥지에서, 다시 시작할 기회가 생겼다.
애초 장승현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예전같지는 않다 해도 강민호가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합류한 베테랑 박세혁이 있는 탓. 게다가 삼성은 젊은 포수 김도환을 키워 써야 하는 터라 입지가 꽤 좁았다. 공격력이 약하다는 것도 걸림돌.
임기영도 입지가 약하긴 마찬가지였다. 애초 삼성은 임기영을 부르면서 선발도 가능하고 불펜도 되는 투수기 때문에 팀에 보탬이 될 거라 설명한 바 있다. 냉정히 말하면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꾸준하게 활약해주진 못했다는 얘기도 된다. 특히 지난 2년이 좋지 않았다.
'백업'이라 부르는 후보 선수는 기회가 적다. 어렵게 잡은 출전 기회에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살아 남는다. 장승현이 그렇다. 17경기(27일 오전 기준)밖에 나서지 못했고, 타석에 선 것도 15번뿐. 그래도 안정적인 수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영은 '마당쇠' 역할이다. 불펜 중에서도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릴리프로 뛴다. 선발 자리가 비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수도 있다. 등판 간격이 일정치 않다. 그래도 마운드에 설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14경기에 등판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 중이다.
◆빈틈 메우며 존재감 드러내
24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 경기 전 강민호가 부상으로 빠진 탓에 장승현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리곤 대체 선발 양창섭의 공을 받았다. 그날 양창섭이 일을 냈다.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 대체 자원인 장승현과 양창섭의 호흡이 아주 좋았다.
경기 후 양창섭은 허리를 숙여 장승현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양창섭은 "승현이형의 리드가 정말 좋았다. 볼 배합도 공격적으로 해주셨다"면서 "승현이형이 덩치가 크시다. 타겟이 크니 던지기가 더 편했다. 몸만 보고 던져도 스트라이크가 되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박진만 감독도 둘의 호흡을 칭찬했다. 그는 "볼 배합이 좋아 창섭이도 여유 있게 승부할 수 있었다"며 "창섭이는 윽박지르는 유형이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 상대가 헷갈렸을 것이다. 승현이와 대화를 잘 나눈 것 같다"고 했다. 양창섭도, 장승현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은 경북고 출신. 14년 차 베테랑이지만 고향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돌고 돌아 달구벌로 '귀향'했다.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KIA 타이거즈에서 꽃을 피웠다. 그리곤 대구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KIA에선 선발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불펜으로도 수준급. 2023시즌에는 4승 4패 1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2년은 부진에 시달렸다. 입지를 잃었다. 한 번쯤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고향팀이 손을 내밀자 짐을 쌌다.
지난 14일 LG 트윈스전(9대5 삼성 승). 선발 양창섭(5이닝 2실점)에 이어 6회 등판했다. 3이닝을 홀로 던지며 무실점. 승리를 지키며 불펜 소모도 줄여줬다. 박 감독은 꼭 필요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모난 돌도, 둥근 돌도 다 쓰임새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