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슬롭(AI Slop)'은 클릭 수를 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대량 생산된 글, 이미지, 영상 등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경멸적으로 부르는 멸칭이다. 의미·완성도가 낮고 스팸처럼 유통되는 AI 슬롭은 우리 일상을 전방위로 잠식하고 있다.
이런 AI 슬롭에 이념적 편향성까지 더해지면 그 폭발력은 몇 배 더 가중된다. 최근 신문 기사를 모방한 합성물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貶毁)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1980년 5월 20일 자 일간지 기사인 척 교묘하게 합성한 게시물을 통해 5·18이 북한 간첩의 소행이라는 허위 내용을 유포했는데, 이 이미지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이 정치권의 논란이 되자 모 국회의원은 드럼통 모양의 텀블러를 소개하는 AI 합성 사진을 공유했다가 가짜라는 지적이 나오자 급히 삭제하기도 했다. 드럼통은 극우 누리꾼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비하(卑下)할 때 사용한다.
대한민국의 AI 슬롭 소비는 외신마저 주목할 정도다. 한국 사회에서 생성형 AI가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열흘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실재감 결핍: 한국은 어떻게 AI에 대한 현실 감각을 잃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사회적 안전장치는 뒤처지고 있다고 매섭게 꼬집었다.
SCMP가 대표 사례로 꼽은 건 최근 조회수 1천500만 회를 넘기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군, 이른바 '야구장 여신' 영상이었는데 AI로 만들어진 가짜로 드러났다. AI 생성물이 재미를 넘어 공공 안전까지 흔든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대전 오월드 늑대 탈출 소동 당시, 생성형 AI로 교묘하게 합성된 '학교 앞 교차로의 늑대' 사진은 재난 당국이 이를 진짜로 판단하고 주민 대피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화면에 떠오른 자극적인 이미지가 나의 정치적 신념이나 문화적 욕망을 완벽하게 자극할 때, 그것이 나를 낚기 위해 던져진 'AI 슬롭'은 아닌지 반드시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주체적으로 판단해 미디어를 소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시급한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