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경제학박사)
수 해 전 경남 산청 단성에 남명 조식 선생의 묘소를 잠시 방문한 적이 있었다. 누구든 조식 선생의 묘소에서 정면 산을 바라보면 그 분이 살아계셨을 때 모습을 단박에 볼 수 있다. 그는 조선 명종 10년(1555년) '단성소(丹城疏)'를 조정에 올린다.
"전하의 국사가 이미 잘못됐고, 나라의 근본도 이미 망하여 천의가 떠나갔고,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도성과 지방의 백성들이 고통스러워하는데, 흉악한 간신들은 서로 조정에 나가고 있으며, 백성들 수탈(주구)은 갈수록 급해져 마치 늑대가 들판에서 날뛰는 듯하고 있습니다. (중략). 백 가지 천 가지 재앙과 괴이함이 일어나고, 인심은 흩어지고 내우외환이 겹쳐서 몰려오고 있으니 무엇으로 이를 감당하며, 무엇으로 이를 수습하겠습니까?"
문정왕후를 '궁궐의 과부'라 부르고, 명종을 '고아'라 지칭하며 쓴 이 글은 조식이 왕실의 권위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었다. 명종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스물두 살의 젊은 왕이었던 명종은 임금을 능멸했다며 대로했고, 조식을 임금을 공경하지 않은 죄로 다스려 처벌하라고 명했다. 조정 신료들 가운데 조식을 처벌하라는 어용 문인들의 상소도 있었으나, 영의정 심통원을 비롯한 주요 대신들과 여론을 대변하던 언관들이 도리어 조식을 옹호했다. "초야의 선비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올린 거친 직언일 뿐인데, 이를 처벌하면 앞으로 선비들의 바른 말이 막혀 나라가 위험해진다"라며 사태를 무마시켰다.
하지만 상소가 쓰여진 후 37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남명 조식 선생의 학파인 남명학파는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조선에서 가장 앞장서서, 가장 많은 의병장을 배출한 학파로 유명하다. 홍의장군 곽재우 (郭再祐), 내암 정인홍 (鄭仁弘), 망우당 정구 (鄭逑), 조종도 (趙宗道), 이로 (李魯) 등 50여 명이 넘는 이들이 경상 우도(낙동강 서쪽 지역)를 중심으로 대규모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조식 선생이 태어난 해로부터 520년이 지났다. AI, 드론,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터 등 문명의 진화는 세월을 가로질러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니라 '천복지반 (天翻地覆)'의 초격차 시대가 되어 버렸다. 시대가 평화롭고 어진 것은 무엇으로 알까? 남명 같은 대학자가 올리는 '소(疏)'가 없으니 그야말로 천하의 근본이 평화롭고 복 된 것인가?
3000을 이미 저 멀리 떼어버리고 주가지수는 10000 시대를 앞두고 있다. 젠슨 황이 서울에 와서 가졌던 삼성동의 '깐부치킨' 회동과 성수동의 '삼겹살 소맥' 회동이 그 어떤 경제정책보다 더 효과적인 듯 보인다. 환율은 1 달러 당 1500원대를 터치했다. 일본 엔화가 1 달러 당 160엔을 들락거리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한 쪽에선 1~2억도 아닌 5~6억을 성과급으로 받으니, 이제 억만장자는 대한민국에서 큰 부자도 아닐 것이다. K- Culture가 아니라 K자형 양극화는 문제가 아니 될까?
트럼프 대통령의 '호연지기(浩然之氣)'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것을 이제 이란도 알고 중국도 눈치 챈 듯하다. 이란 전쟁도 마치 닉슨의 베트남 철수와 끝이 비슷할 것 같다. 미국 워싱턴DC의 조야에도 남명은 없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랜드와 쿠바를 흠칫 바라보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거취양난 (去就兩難)'이다. 10년과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각각 4.5%와 5.1%대를 상회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인하를 놓고 미 연준의 분열도 심상치 않다. 설상가상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2.7%를 뚫고 있다. 일본도 0.4%포인트 금리를 올린다 하고, 유럽 중앙은행도 금리를 0.6%포인트 올릴 태세다. 우리도 올려야 한다.
문제는 금리와 환율 변화가, 고유가와 고물가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일본은 환율과 금리를 서로 이마를 맞대고 논의하는 듯 보인다. 경제적 '애치슨 라인(Acheson line)'이 그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5월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을 방문하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일본 재무상과 환율 및 시장 개입 문제를 논의한 속내는 무엇일까? 백가쟁명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겠다 한다. 그들을 믿어야 하나? 시대를 탓해야 하나, 운명을 탓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