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았다. 명분은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문 대통령은 이날 배를 타고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가슴이 뛴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역할'을 강조했다. '선상(船上) 빅 이벤트'가 벌어진 그날 오후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최대 28조원이 드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위한 특별법은 그해 3월 공포됐다.
당시 여권은 '가덕도신공항 카드'로 부산 민심(民心)을 잡으려 했다. 정작 부산시장 선거에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낙선했지만,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4월 26일 국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의결했다. 주목할 점은 가덕도신공항은 대통령과 민주당만 공들인 게 아니란 사실이다. 대구경북 눈치를 보던 국민의힘도 결국 찬성했다. 왜냐고? 부산은 수틀리면 선거판을 뒤집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를 방문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군 공항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이 어려워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국가 지원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재원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발언은 담담했다. 누구처럼 가슴은 뛰지 않고 그냥 안타까웠다. 관계자에게 묻기만 하고 지시는 없었다. 감정이입(感情移入) 수위가 낮았다.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의식한 탓인가?
TK신공항 사업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국가 안보 및 국가 균형발전 사업이다. 총사업비 19조원 중 군 공항 이전 비용만 11조5천억원이다. 군사시설 재배치는 국가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의 구조는 대구시가 재원을 마련하는 '기부 대 양여'(寄附對讓與) 방식이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 야당도 그 이유를 잘 안다.
대구시장 선거가 초접전(超接戰)이다. 이 과정에서 TK신공항이 빅 이슈로 떠올랐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모두 신공항 사업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국가 지원 사업 전환' 공약을 내놨다. 당장은 1조원(공공자금관리기금 5천억원·정부 특별 지원 5천억원)을 확보해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합의도 했단다. 추 후보는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침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지난 18일 TK신공항 사업을 국가 주도로 전환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선거가 TK신공항 사업의 분수령(分水嶺)이 되고 있다. 두 후보가 신공항 사업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트집을 잡기도 한다. 주도권 다툼일 뿐이다. 본질은 같다. 특별법 개정을 통한 국가 사업화다. 이 분위기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면, 신공항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을 바꾸고, 대통령과 정부가 의지를 보이면 된다. 죽었던 가덕도신신공항 사업도 그렇게 살아났다. 신공항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김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한다면, 권력의 오만이며 횡포다. 가덕도공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구시장 선거가 최대 격전지가 됐다. 대구로선 천재일우(千載一遇) 기회를 맞았다.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대구가 정치권이 친 '그물'(내란 심판 vs 정권 심판)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