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의 행복살롱](5)이웃과 공동체 향한 삶이 행복

입력 2026-06-2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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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공동체에 기여할 때 더 큰 행복"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 "감사하는 마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1920년 평양에서 출생한 김형석(106) 연세대 명예교수는 국내 최고령 철학자이자 기네스 인증 세계 최고령 저자다. 일본 조치(상지)대학 철학과를 졸업했고 중앙중고교 교사와 교감을 거쳐 연세대 철학과 교수, 시카고대와 하버드대의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라고 강조하는 그는 100세가 넘은 현재도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을 통해 전하는 그의 행복 철학은 다음과 같다.

▷행복은 과정이다=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인생이 그 행복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생의 층층대를 걸어 올라가는 사람은 그 층계 하나하나에 인생의 뜻을 두면서 오르는 것이다. 그때그때의 의미와 감사를 모른다면 결국은 마지막 층계에 오른 즐거움 밖에는 남을 바가 없지 않겠나. 성장과 노력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 누려야 한다.

▷행복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현재 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이 행복이다. 그런데 현재라는 시간은 하나의 과정이며 흐름이다. 미래에서 현재를 거쳐 과거로 간다 해도 현재는 지나가는 과정이며, 시간이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간다 해도 현재는 지나가는 순간순간이다. 행복이 있다면 이러한 순간으로서의 현재에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내가 처해 있는 현실에서 더 귀하고 값있는 성장과 노력을 쌓아가야 한다. 그러한 삶의 과정 안에서 깊은 행복이 솟아 오른다.

▷행복은 우리 삶 안에서 사랑과 더불어 있다= 진정한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데 있지 않고 더 깊이 사랑하는 데 있다. 스스로에 대한 깊은 확신과 사랑, 맡은 바에 대한 성실과 사랑, 타인에 대한 너른 이해와 사랑 등. 100년 넘게 살아보니 그 많은 고생에도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생각을 전환하라= 모든 즐거움과 행복은 올라갈 때 있다. 반면 내려오는 인생은 슬픔과 불행을 동반한다. 어쩌면 비극 같기도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자연 법칙이다. 하지만 생각의 방향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지는 태양이라고 비참하게만 생각지 말고 사회봉사나 문화 분야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거기에 또 다른 성장과 행복이 깃들 수 있다.

▷공동체에 기여할 때 더 큰 행복= 정치나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은 개인의 재산 보다는 사회적 업적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문화나 정신적 영역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면 재산이나 소유물에서 얻는 것 이상의 행복과 가치를 누릴 수 있다. 가난 속에서 무상의 행복을 누린 종교 지도자들도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무엇을 소유하는가 보다는 어떤 가치있는 삶을 누리는가가 행복의 조건이 된다. 무엇을 얻는가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사회에 무엇을 주는가가 더 큰 행복을 약속해준다.

▷이웃을 살피는 인격적 삶이 행복= '인격은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적 삶은 욕심 부리지 않고, 섬기고 사랑하는 삶이다. 인격을 계속해서 갈고닦으며 이웃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은 그 인격적인 삶에서 오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인격은 행복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행복을 창조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가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가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최용호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최용호(84) 경북대 명예교수는 1983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해 정년퇴임까지 25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학자로만 머물지 않았다. 산·학 협동이란 말이 생소하던 1990년, 대구에서 (사)산학연구원을 설립해 그 기틀을 닦았고 2·28민주운동 기념사업회와 한국중소기업학회·한국경제통상학회 활동 등 지역사회를 위한 일에도 적극 참여했다.

-지금까지의 인생여정을 되돌아본다면.

▶1943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해방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함께 겪으며 살아왔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6·25전쟁을 경험했고, 불탄 집터와 교실 없는 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절대 빈곤의 시대였지만 그 속에서 근면함과 끈기를 배웠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2·28민주운동에 참여하며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용기를 배웠다. 이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해 시대와 사회를 고민했고, 군 복무와 대학원 과정을 거치며 학문의 길을 걸었다.

생활고 속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하던 중 지역경제 분야와 인연을 맺으면서 정치학도에서 경제학자로 변신했다. 대구경제신문사와 대구지역 경제조사위원회, 대구은행 조사부 등을 거치며 지역경제 연구에 몰두했고, 이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해 25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동시에 (사)산학연구원(URI) 설립, 2·28민주운동 기념사업회 활동, 한국중소기업학회와 한국경제통상학회 운영 등을 통해 학문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다. 퇴임 이후에도 동양고전 공부와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며 배움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돌아보면 내 인생은 화려한 성공의 역사라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해 살아온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사람과 배움이었다.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는 매주 금요일 대연학당에서 동양고전을 공부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는 매주 금요일 대연학당에서 동양고전을 공부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살아보니 어떤 게 행복인 것 같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행복을 목표로 삼고 살아온 사람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먹고사는 것이 중요했고 청년기에는 공부와 생계, 중년에는 직장과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활동에 몰두하며 살아왔다. 그때그때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젊은 때는 성공과 성취가 행복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좋은 직장을 얻고, 연구 성과를 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이 행복의 조건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행복에 관한 생각도 달라졌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매우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건강한 몸으로 운동할 수 있다는 것, 가족과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정성껏 키워주신 은사님들, 어려운 시기에 손을 잡아준 친구, 함께 공부한 동료·제자들, 그리고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결국 행복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

요즘도 매주 동양고전을 공부하고 가곡 교실에도 나간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살아보니 행복은 거창한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함께할 사람이 있는 삶 속에 있었다.

-인생 후배들에게 행복과 관련해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살아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첫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역시 중학교 입시에 실패했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실패를 겪으며 사람은 더욱 단단해지고 넓게 성장한다.

둘째, 평생 공부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공부는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는 정치학을 공부하다 경제학을 다시 공부했고, 퇴임한 뒤에도 동양고전을 배우고 있다. 배움은 사람을 젊게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셋째,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돈이나 직함이 아니다.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 믿고 의지했던 관계가 남는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신뢰를 얻는 사람이 훨씬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

넷째,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날 젊은세대는 빠른 성공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여정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느냐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갔으면 한다.

행복한 삶은 많은 것을 갖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가치와 방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최용호(오른쪽) 경북대 명예교수가 가곡교실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독창을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최용호(오른쪽) 경북대 명예교수가 가곡교실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독창을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국민 개개인의 행복 증진을 위해 사회구조적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것은.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과 불안도 함께 커졌다. 청년들은 취업과 주거 문제로 미래를 걱정하고, 중장년층은 생계와 노후를 걱정하며, 노년층은 외로움과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경제성장만큼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지역마다 공부하고 토론하며 문화생활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세대 간 교류도 활발해져야 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도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적과 입시 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배려와 협력, 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식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공동체 속에서 배워야 한다.

아울러 고령화 시대에 맞는 사회적 시스템도 중요하다. 노년층이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계속 배우고 활동하며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건강한 노년은 개인의 행복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결국 행복한 사회는 경제 규모 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신뢰하고 배려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 경쟁보다 공존을 중시하는 사회가 될 때 국민 개개인의 행복도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내 삶이 가르쳐준 가장 큰 진리는 단순하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사람과 함께 배우며 걸어가는 삶 속에 행복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