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아이들이 나처럼 살지 않길"… 다섯 아이 엄마의 위태로운 버팀

입력 2026-05-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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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두 칸 빌라서 홀로 다섯 아이 키우는 하진희(가명) 씨
가난 속에서도 열심히 살았는데… 첫 번째 남편 배신으로 빚더미
두 번째 남편과도 생활고로 결별… 남은 건 채권자 독촉·4개월 밀린 월세

하진희(가명·44) 씨가 자택에서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자녀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정훈 기자
하진희(가명·44) 씨가 자택에서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자녀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정훈 기자

"난 엄마처럼 살기 싫어."

독침처럼 날아온 말이 가슴을 후벼 판다. 마비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텅 빈 방에 황망히 서서 딸을 바라봤다. 딸의 흘러내린 잔머리에 시선이 머물렀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은 매일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이때쯤 돌아오곤 했다.

그래. 너는 매사에 열심이었다. 10살 때부터 어린 동생들 기저귀를 갈면서도 불평 하나 없이, 눈이 마주치면 오히려 방긋 웃던 아이였다. 그러면서 곧잘 전교 1등도 할 만큼 공부도 잘 해줬지. 주말엔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넌 나를 지나치게 닮았다.

그랬던 딸이 한 말이었기에 유난히 무겁고 아팠다. 그 말대로, 딸은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걸 가장 바라는 사람도 나일 것이다.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녁 도시의 소음도 딸과 나 사이 내려앉은 침묵에 조용히 멎어들뿐이었다.

◆컴퓨터 선생님을 꿈꾸던 소녀

부산에서 4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하진희(가명·44) 씨는 택시기사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평범했던 그의 삶은 진희 씨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친구 사업 보증을 잘못 서면서 집안 형편이 급격히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자가 아파트를 처분한 가족은 방 두 칸짜리 단독주택으로 이사해야 했다. 학원도 끊었다. 동생들은 아버지를 원망했고, 활달했던 아버지는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을 포함해서.

그렇게 가난은 진희 씨의 삶을 좀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꿈이었던 '컴퓨터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보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전산회계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만 18개를 땄다. 학원에 다닐 돈이 없어 독학으로 공부했다. 고교 시절 서점, 고깃집,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까지 쉬지 않고 하면서도 자격증 공부를 병행했다.

대학 역시 쉽게 갈 수 없었다.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는 집안 반대 속에서도 "한 학기만 도와주면 나머지는 내가 벌겠다"며 지역 전문대 컴퓨터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했다.

졸업 후에는 카드회사 심사팀에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힘들었던 유년기를 지나, 드디어 삶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남겨진 빚, 보육원서 되찾은 딸

순탄할 것 같았던 진희 씨의 삶은 첫 번째 남자를 만나며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내연애가 금지된 회사였음에도 함께 일하던 두 살 연상 남성과 사랑에 빠졌다.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지만 사내연애 적발시 한 명은 회사를 나간다는 규정 때문에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진희 씨는 이직에 성공했지만, 남편은 끝내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했다.

아이까지 태어났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남편은 "사업을 하겠다"며 진희 씨 명의로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진희 씨는 모아 놓은 돈에 은행 대출과 카드 대출, 직장인 대출은 물론 지인들에게 보증까지 서며 돈을 마련했다. 그렇게 남편에게 건넨 돈만 3억원이 넘었다.

결국 사업은 1년 만에 무너졌다. 빚은 모두 진희 씨 앞으로 돌아왔다. 금융권은 월급을 압류했고, 개인 채권자들은 연이어 고소했다. 결국 진희 씨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안고 수감생활까지 해야 했다.

당시 돌도 안된 첫째 아이는 교정시설 안에서 함께 생활했다. 판사는 "아이를 위해 둘 중 한 명은 나가야 한다"고 했고, 진희 씨는 남편이 아이를 돌봐줄 것이라 믿고 그를 먼저 내보내 달라고 울면서 호소했다. 하지만 출소 후 기다리고 있던 건 배신이었다. 남편은 아이를 보육원에 맡긴 채 잠적해버렸다. 진희 씨는 수소문 끝에 보육원을 찾아가 유전자 검사까지 거쳐 아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 그 이후론 식당일과 서빙 일을 전전하며 자식을 홀로 키웠다.

◆다섯 아이만 남기고 두번째 이별

두 번째 남편을 만난 건 30대 중반 무렵이었다. 함께 일하던 회사 동료였다. 그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진희 씨와 첫째 아이를 살뜰히 챙겨줬다. 첫째 아이가 먼저 "아빠"라고 부를 정도였다.

둘은 결혼식 대신 함께 사는 길을 택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2018년 대구로 올라와 함께 생활했다.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가족은 조금씩 늘어났다. 그렇게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됐다.

하지만 생활고는 다시 가족을 무너뜨렸다. 두 번째 남편이 시작한 배달대행 사업이 실패하며 수천만원의 빚이 생겼고, 돈 문제로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지난해 두 사람은 헤어졌다.

현재 진희 씨는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와 기초생활수급 생계비로 홀로 고등학생 첫째 딸과 초등학생 2명, 유치원생 2명 등 다섯 자녀를 키우고 있다. 생활은 늘 빠듯하기만 하다. 월세 65만원은 4개월째 밀려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고 있다. 채권자들의 빚 독촉도 이어지고 있다. 여섯 식구가 함께 사는 방 두 개짜리 빌라에는 제대로 된 가구와 가전도 거의 없는 상태다. 생활비는 물론 밀린 월세와 생필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위태로운 나날의 연속. 그럼에도 진희 씨는 묵묵히 아이들의 밥상을 차린다. 무너질 수 없는 이유가 아직 다섯이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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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두 아이 위해 버티는 이현진 씨에 4,237만원 전달

암 재발로 인한 투병의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둘만 남을 어린 아들들을 걱정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이현진 씨(매일신문 5월 5일 9면)에게 4천237만4천74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20만원 ▷박철기 20만원 ▷신금자 20만원 ▷김기순 5만원 ▷박상훈 5만원 ▷변정기 5만원 ▷서정오 5만원 ▷안현숙 5만원 ▷정루카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조영호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이장윤 6천원 ▷가지영 5천원 ▷김진혹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의료보조기 절실한 전신마비 김명석 씨에 2,212만원 성금

지적장애에 최근 뇌병변 장애까지 겹치면서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를 겪고 있는 김명석 씨(매일신문 5월 12일 12면)에게 42개 단체, 107명의 독자가 2천212만9천14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송곡문화장학재단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40만원 ▷㈜태린(양홍석)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오티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김태원사무소 10만원 ▷법무사황갑용사무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세창산업(강석원)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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