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초과이익 국민배당', 개탄해 마지않을 포퓰리즘

입력 2026-05-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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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뜬금없이 내놓은 '국민배당금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호황으로 발생할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나누어 주자는 주장은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기저에는 국가 재정의 엄중한 현실에 대한 외면과 왜곡된 시장 경제관이 있다.

거두지도 않은 미래 세수를 담보로 현금 배분을 논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수년간 정부는 경기 둔화와 자산 시장 위축으로 수십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를 겪어왔다. 잇따른 국채 발행으로 재정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는데, 정책 사령탑이 '초과 세수'를 전제로 배당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초과 세수는 나랏빚을 우선 갚아 재정 체력을 회복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김 정책실장은 AI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사회적 환원'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 이익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혁신의 결과물이다. 이를 "전 국민이 쌓은 기반 덕분"이라며 당연한 듯 배당의 재원으로 간주(看做)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는 발상이다. 특히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 나온 발언은 극도로 위험한 신호다. 무엇보다 확장 재정의 도구로 '국민배당'을 활용해선 안 된다. 세수는 경기 변동에 따라 출렁이는 재원이다. 이를 현금성 복지로 제도화하면 불황기에 세수가 줄어도 지급을 중단하기 어렵다.

AI 혁명은 기업의 돈벌이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장 재편, 일자리 이동, 교육 혁신,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구축, 인재 확보, 연구개발 투자 등 국가 과제가 산적(山積)해 있다. 경쟁력 확보에 쏟아부어도 모자란데, '국민배당'을 운운하는 순간 AI 전략은 복지정책으로 둔갑한다. 정책실장의 발언은 개인 의견으로만 끝날 수 없다. '초과 세수'라는 신기루로 국민을 현혹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텅 빈 곳간을 어떻게 채울지, AI·반도체 경쟁력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뒷받침할지 고민해야 한다. 설익은 '배당' 논의로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