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법 이전부터 이어온 점유물 '정부 결정에 전전긍긍'
어민들 "합법적 양성화 시켜달라" 대안 요구에도 관계 법령 없어 혼란
지난 13일 오후 1시쯤 포항시 남구 송도동 포항크루즈 매표소 앞.
길게 늘어선 천막 아래에서 A(86) 씨가 쪼그려 앉아 새벽 조업을 마친 어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20대 때부터 포항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해온 A씨의 배는 손자에게까지 이어져 3대째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평생 어업일 밖에 모르던 A씨지만, 최근에는 팔자에도 없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시위에 나서게 됐다.
그가 60년을 버텨온 항구가 '하천 불법점유물'로 분류돼 철거 위기에 내몰린 탓이다.
A씨는 "하천법이 생기기도 전부터 여기서 터를 잡고 지내왔는데 하루아침에 불법점유물이라니 기가 찬다"면서 "쫓겨나는 것보다 무슨 범법자처럼 돼 버린 것이 더 서럽다. 정확한 안내나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100명 넘는 어민들의 생계터
이곳 형산강 하구는 1960년대 중반부터 해송어촌계가 사용해 오던 일종의 어촌항이다.
지금은 사라진 송정동을 비롯해 해도동, 송도동 어민들이 포항제철소 건립으로 기존 마을 항구가 사라지자 하나둘씩 모여들며 지금의 구색을 갖추게 됐다.
처음에는 간이천막으로 시작했으나 잦은 태풍으로 시설이 파괴된 탓에 현재는 철제구조물과 튼튼한 천막으로 군락을 형성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곳에는 현재 33개의 작업동과 3톤~5톤(t)급 어선 33척이 이용 중이다. 소형 선박당 2~5명이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46명의 어촌계원을 비롯해 가족까지 120여명이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곳은 지난 2월 하천법에 따라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계곡·하천 내 불법 점유사용 시설의 일제 정비를 지시한 것이 이곳까지 불똥이 튄 셈이다.
법령상 불법점유물이지만, 이곳의 시설물들은 지금껏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포항제철소 건립으로 기존 터전을 뺏긴 어민들의 애환이 있고, 시설물도 최소로 건립됐던 덕분에 행정기관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더욱이 하천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약 15년 전 경북도와 포항시가 미관 상의 이유로 몽골텐트까지 지어주는 등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 지자체가 오히려 도와주는 형국이었다.
◆대통령이 나서 어민 편들어
형산강은 국가하천으로 관리 권한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있다.
경북도·포항시는 위탁 관리기관으로서 정부 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어민들의 생업과 관련된 시설이므로 양상화 방안 논의 또는 집행 이행기간 연장 등을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요청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2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포항 형산강을 직접 거론하며 "어민들이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시설인데 그걸 개인이 돈을 내게 해서 하게 했으면 공공이 돈을 내고 합법화해 줄 생각을 해야지 '대통령이 시켰다' 그러면서 무조건 철거해라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어민들의 편을 들어줬다.
다행히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해송어촌계 형산강 항구는 행정집행이 늦춰지며 약간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실적 대안이 없어 해당 시설은 계속 불법 점유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포항지역 내 30여척 이상의 소형 어선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여유 항만이 없고, 새로운 소규모 어항을 조성하려면 수백억원의 예산과 장기간의 사업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당 시설물을 그대로 합법화하기에는 법적 근처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어민들은 현재의 어업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양성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과 최대한 머리를 맞대겠다"면서 "해당 수역이 어업활동에 적합하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소규모 항구 개발이 추진되고, 그동안 시설물을 정식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