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A씨는 스승의 날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할 예정이다. 반 아이들에게는 며칠 전부터 '편지만 받겠다'고 당부했지만 혹시나 과거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찾아와 선물을 건넬 것이 우려돼 조퇴 신청을 해뒀다.
교육 현장에 교권 침해가 심화되는 가운데 스승의 날을 기피하는 교사들 늘어나고 있다. 사소한 오해라도 사지 않기 위해 당일 선물은 물론 학생들과의 접촉도 최대한 피하겠다는 분위기다.
지난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교의 스승의 날 행사나 선물은 이미 대폭 축소된 분위기다. 이에 최근 수년 새 지속된 교권 침해가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교사들의 심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4년 9월 한 고교 담임 교사가 스승의 날에 2만원 상당의 케이크 선물 받았다가 관할 교육청의 감사와 징계받았다는 게시물이 권익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바 있다.
지역 중등 교사 B씨는 "방과후 파티나 꽃·편지 선물만으로도 항의를 받는 경우가 있어서 최대한 조용히 보내려 한다"며 "스승의 날 당일 조퇴하는 선생님이 예전보다 늘었고 학교도 크게 눈치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교사노조가 지난해 대구 지역 유·초·중·고 교사 694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 교사의 절반 이상은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교내 행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승의 날을 떠올리면 드는 생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근로자의 날처럼 휴무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이 54%(378명)로 가장 많았고, '스승의날에 출근해 행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32%(225명), '스승의날에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일이 생길까 걱정스럽다' 8%(55명)가 뒤를 이었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스승의 날에 재량 휴업을 하기도 한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학교(462개교) 중 중학교 1곳, 고등학교 3곳 등 총 4곳이 15일 휴업했다.
이날 휴업을 하는 고교 교장 C씨는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들이 늘어나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봤다"며 "재량 휴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와 몇 년 전부터 재량 후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학원가에서는 여전히 스승의 날 학부모로부터 크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라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 선생님에게 어느 선까지 선물을 전하면 괜찮겠냐',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선물을 준 것 같던데 나만 안주기 좀 그렇다' 등 고민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스승의 날을 기피하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부담스럽다고 무조건 피하거나 없애면 오히려 교육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학생들이 교사에게 감사는 법을 배우고 훈련해야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도 생기고 교사도 교육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권 침해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사와 학생이 만드는 아름다운 사례들을 널리 알려 많은 학교 현장에서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