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와 건설 공기업들이 조경 철학과 공간 디자인 경쟁에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한 아파트 단지 조경을 넘어 공공 공간에서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선보이는 '정원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10월 27일까지 서울숲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는 주요 건설사들이 자사 주거 브랜드와 ESG 경영 철학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며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 그린 컬처(Seoul, Green Culture)'를 주제로 서울숲과 성수동, 한강 일대에 총 167개 정원이 조성된 역대 최대 규모 행사다. 기업이 참여한 참여정원만 32곳이 마련됐으며, 국내 주요 건설사와 공공기관들이 각자의 공간 철학을 담아 참여했다. 이밖에 작가정원, 동행정원, 매력정원, 이음정원 등도 각양각색의 숲을 표현했다.
호반건설은 왕관의 수줍음(Crown Shyness)을 주제로 한 정원을 선보였다. 황지해 작가와 뮴이 설계와 조성을 맡았으며, 숲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틈과 조형물을 통해 '사람을 지탱하는 구조'라는 브랜드 철학을 공간에 담아냈다.
GS건설은 기업정원 '엘리시안 포레스트(Elysian Forest)'를 통해 기존 서울숲의 수목과 지형을 최대한 살린 도심형 숲 정원을 구현했다. 제주 곶자왈 숲의 생태적 질서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숨 쉬는 땅, 깨어나는 정원(Breathing Earth, Awakening Garden)'을 통해 생명의 탄생과 자연의 순환을 표현했다.
계룡건설은 '엘리프 가든(ELIF Garden)'으로 사람과 자연, 공간의 관계를 풀어냈다. 한국 전통 정원의 '마주함'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도심 속에서 머물고 교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대우건설은 '써밋 사일로(SUMMIT Silo)'를 통해 도심 속 휴식과 고요의 가치를 제안했다. 원형 구조를 활용해 외부 소음을 덜어내고, 빛과 바람, 자연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민간 건설사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는 '머무는 선(The Dwelling Line)'을 선보였다. 한옥이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간을 따라 흐르는 '선(Line)'이 휴식 공간과 서울숲 풍경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도록 설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박람회가 단순한 조경 작품 전시를 넘어, 건설사들이 자사의 브랜드 경쟁력과 ESG 경영 철학, 차별화된 공간 설계 역량을 시민들에게 직접 선보이는 전략적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조경이 단지 내 녹지 공간이나 부대시설의 개념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입주민의 삶의 질과 주거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건설사들의 투자와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와 공공기관들이 정원과 조경 공간을 통해 친환경 기술과 디자인 철학, 지역사회와의 소통 가치를 함께 담아내면서 조경 분야가 새로운 브랜드 경쟁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조경이 더 이상 아파트 부대시설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거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지 조경뿐 아니라 공공 정원과 도시 녹지 공간을 둘러싼 건설사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