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기자의 '그사람']"내 영혼의 동반자, 그리운 고(故) 박동준"

입력 2026-05-15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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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준 디자이너의 부친이 "내 딸과 한번 만나보라"
2004년 갑상선암 발견, 15년 동안 투병하며 일 열정 뿜어
친구의 꿈 이어가, (사)박동준 기념사업회 이사장

2018년 중구청장 퇴임식에서 절친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와 함께. 윤순영 전 청장 제공
2018년 중구청장 퇴임식에서 절친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와 함께. 윤순영 전 청장 제공
2011년 10월12일 대구 패션 페어에서 박동준 패션쇼를 마친 뒤 단체 기념촬영한 모습. 중구청 제공
2011년 10월12일 대구 패션 페어에서 박동준 패션쇼를 마친 뒤 단체 기념촬영한 모습. 중구청 제공

"친구야! 왜 아직도 꿈에 한번도 안 나타나니? 천국 안 갔어?"

삶의 이런 동반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둘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평생을 함께 했다. 인터뷰 하러 간 날이 마침 어버이날이었는데, 박동준 디자이너의 하나 뿐인 아들(이름이 중구, 우연의 일치?)과 며느리(은희) 그리고 그 자녀(선우) 이름으로 된 예쁜 카네이션 바구니가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 짐작컨대, "그 아들이 윤 전 청장을 또다른 어머니로 여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짠한 감동마저 전해왔다.

둘의 만남의 윤 전 청장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도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던 때, 책을 사랑했던 단골 중년(박동준 디자이너의 부친)이 "우리 딸하고 한번 만나보라"고 권유했다. 별다른 기대가 없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너무나도 통하는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고, 문화를 향유하고, 인생의 도전을 즐기다는 공통점이었다.

윤 전 청장이 전하는 영혼의 파트너 박동준 디자이너(향년 68세로 별세)는 2004년에 갑상선 암이 발병해 15년 동안 가슴 찢어지는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일을 손에서 놓치 않았다고 한다. 2014년에는 뼈로 전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담당 의사와 단 둘이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11월12일 세상과 이별하는 그날까지 꿈을 놓치 않고 더 큰 열정으로 일했다. "참! 지독하죠? ㅎㅎㅎ"

둘은 이승과 저승에 있지만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분도 빌딩은 같이 지은 건물로 아들이 지분을 상속받았지만, 건물 관리는 여전히 윤 전 청장이 맡고 있다. 게다가 친구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그 뜻을 받들어 (사)박동준 기념사업회 이사장 자리를 맡아 패션을 중심으로 한 문화계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동준 디자이너는 담담 의사에게 2억원을 건네며 "이 돈으로 갑상선암 연구 더 하시고, 나 같은 사람 없도록 해주세요."말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하늘나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