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 '이란제 자폭 드론' 가능성"…전문가·정치권, 일제히 지목한 이유

입력 2026-05-11 17:14:45 수정 2026-05-11 17: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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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조사단이 기록한 사진을 공개했다.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조사단이 기록한 사진을 공개했다.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HMM 나무호를 겨냥한 공격이 정밀 유도 자폭 드론의 전형적 수법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동일 지점을 짧은 시간 간격으로 연속 타격한 데다, 선체 파손 양상과 수거된 잔해 형태까지 이란제 드론 계열 특징과 맞물린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 등에 따르면 나무호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미상의 비행체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외교부는 10일 HMM 나무호 정부합동조사 결과 발표에서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고, 공격체도 '드론'이나 '미사일' 대신 '미상 비행체'라고만 밝혔다.

나무호의 CCTV 영상에서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지만, 발사 주체나 정확한 기종·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어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외교부와 군 당국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공격은 약 1분 간격으로 같은 지점을 두 차례 타격하는 이른바 '더블 탭(Double Tap)'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자폭형 무인기 공격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설명한다. 첫 번째 충돌로 외벽을 손상시킨 뒤, 두 번째 공격체가 동일 부위를 재차 관통해 내부 피해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피격 지점이 해수면 위 약 1~1.5m 높이에 집중된 점도 드론 공격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선체 외판 일부는 안쪽으로 깊게 휘어졌고 기관실까지 손상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부위를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특히 선체가 완전히 절단되거나 대규모 폭발 흔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함미사일보다는 상대적으로 탄두 규모가 작은 자폭 드론 공격에 가까운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안보 당국은 기관실 내부 약 7m 구간까지 관통 흔적이 이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단서는 현장에서 확보된 엔진 잔해다. 당국은 잔해의 설계 구조와 부품 배치를 중심으로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공격 시점 역시 주목받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4일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보호 작전을 확대하던 시기였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군사 활동에 대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조치라며 공개 반발한 상태였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원인 유용원 의원은 이란제 드론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유 의원은 11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나무호를 피격한 주체가 이란제 드론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가 공개한 피해 사진을 근거로 들며 "1㎝에서 2㎝가 되는 나무호 철판이 이처럼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큰 구멍이 생기려면 탄두 중량 100kg 안팎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비행체가 폭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된 대함미사일 가능성에 대해선 "250kg짜리 대함미사일의 경우 지금 나무호 피해보다 훨씬 큰 파공이, 코사르의 경우 고속정에서 같은 지점을 정확하게 두발 연속해 맞추기가 힘들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샤헤드-136이라는 이란 드론은 탄두 중량이 50kg가량으로 두 발이 터졌다면 100kg 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공격 수법에 대해서도 "외교부가 CCTV를 보니 1분 간격으로 타격 됐다고 했으니 아마 더블탭 공격(연속해 같은 지점 공격)으로 보인다"며 "1단계로 구멍을 내면 그 구멍 안에 두 번째 드론이 들어가 2차 폭발을 통해 제대로 파괴하려는 용도로 활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고의로 우리 선박을 표적 삼았는지, 아니면 혁명수비대 강경 세력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와중에 발생한 것이냐를 따져 봐야 하지만 이란 소행으로 확인된다면 우리 정부는 강력한 항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제 '샤헤드' 계열 자폭 드론과 유사성이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문화일보를 통해 "일반 정찰용 드론이 단순 충돌한 것이라기보다 폭발물을 탑재한 자폭형 무인항공기(UAV), 소형 순항체, 또는 해상표적 공격용 저고도 비행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격 부위가 선체 상부에 가까운 위치였고, 폭발 충격으로 선체와 기관실 계통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수면 위 또는 매우 낮은 고도에서 접근해 충돌·폭발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용된 기체가 이란의 샤헤드 계열 또는 장거리 자폭 드론인 아라시 계열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윤용현 국민대 미래모빌리티학과 특임교수는 문화일보에 "같은 위치를 두 번 연달아 공격하는 '더블 탭' 패턴으로 볼 때 순항미사일이 아닌 드론 공격으로 추정된다"며 "순항미사일은 같은 위치에 정확히 두 발 모두 명중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상근 KAIST 연구교수는 중앙일보에 "짧은 간격으로 두 차례 정밀하게 타격하고, 엔진이 발견됐다면 중형 이상의 자폭 드론일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를 키우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한국 해군이 미국의 군사작전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이란의 고도의 회색지대 전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군사 전문가들과 외신들도 이란의 샤헤드-136 자폭 드론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샤헤드는 위성항법장치를 통한 유도로 선박의 기관실 등을 정밀 조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탄두 중량이 가벼워 선체에 파공(구멍)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에 "비행체의 엔진이 외부로 노출된 형태의 대함 순항미사일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 배후로 사실상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군이 한국 선박과 소통 중인데 이런 표적 공격은 이란의 무차별 공격을 반영한다. 한국이 더 나서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 외무부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이란 혁명수비대 측 성향 매체들은 이번 공격을 두고 '정당한 경고'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