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종전안 거부한 이란, 선택지 줄어든 美

입력 2026-05-11 15: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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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협상 결렬, 전쟁 재개 신호음 잡혀
이란 "재공격시 새로운 대응 마주할 것"
중국 역할론 대두… 이란과 특수관계 감안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퇴장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퇴장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미국이 내놓은 종전안에 이란의 답이 늦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낙관론을 설파했다. 8일(현지시간) 그는 이란의 화답이 곧 전해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해 보였다. 미중정상회담 전에 종전 합의가 나와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는 확신마저 보였다. 이틀 뒤 정작 받아든 것은 미국의 종전안과 거리가 멀었다. 그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입장 차 현격한 종전 조건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 이란이 현격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종전으로 가는 길이 오리무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 나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물밑 종전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음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6일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 및 핵 협상의 기본 원칙을 담은 한 페이지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총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MOU 초안에는 ▷우라늄 농축 유예 ▷대이란 제재 완화 및 동결 자금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완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광장에서 한 여성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그 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해협을 언급한 반미(反美) 광고판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광장에서 한 여성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그 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해협을 언급한 반미(反美) 광고판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그러나 이란은 외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구를 더 많이 담아 답신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의 보도 내용으로 추측할 수 있다. 타스님통신은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종식 ▷30일간 이란 원유 판매 금지 해제 등을 종전 핵심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가 직접 머리를 맞댄 건 지난달 11∼12일이 마지막이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뤄진 협상이 소득 없이 마무리된 뒤 물밑 협상을 지속해온 터다. 그런데 이마저 결렬 수순으로 들어섰다. 주어진 선택지가 대폭 줄어든 셈이다.

◆다시 잡히는 전쟁 신호음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전쟁 재개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전쟁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지난 6일 미국 P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시 그들을 마구 폭격해야 할 것"이라고 했었고, 10일 공개된 시사프로그램 '풀 메저(Full Measure)'에서도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이어갔다. 그는 "우리가 원했던 특정 목표물들이 있었고 그 가운데 70% 정도는 수행을 마쳤다"며 "그러나 우리가 공격할 수 있는 다른 목표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수위 높은 겁박이 이어지지만 전쟁 재개로 이어질 개연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종전을 서둘러 나락으로 간 민심을 추슬러야 할 판에 확전 카드는 무모하다는 지적이다. 11월 중간선거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다. 또 오랜 제재에 이골이 난 이란이 3~4개월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분석도 있은 터다.

이란은 미국이 재공격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 육군 대변인은 "적이 또 오판해 우리를 공격한다면 놀라운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대응에는 새로운 무기와 전술, 전장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평화적 해결 방안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13∼15일 예정된 중국 방문과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을 중재자로 세운다는 '중국 역할론'도 거론된다. 중국과 이란의 특수 관계를 활용해 중국이 이란을 설득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이란 원유 최대 수입국이다. 각종 국제 제재로 경제난에 빠진 이란에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무기를 수출했을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