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비 대구 아동 학대 신고 건수 31% 증가
학대로 사망한 아동 최근 5년간 6명 달해
의료기관 미진료 아동 1천여 명 전수조사 예정
보건복지부, 학대 예방·재발 방지 위해 법 개정 나서
지난달 23일 '해든이 사건'으로 알려진 아동 학대 살해 사건 관련, 친모 A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자신의 아들을 폭행한 뒤, 물을 틀어둔 아기 욕조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의 남편은 학대를 방치하고 사건 참고인을 협박한 혐의로 징역 4년6개월 형을 받았다.
지난해 9월 대구 달성군에서도 30대 남성 B씨가 생후 42일 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해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을 구형받았다.
아동이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다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도 통계상 매년 1명 이상의 아이가 학대로 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아동 보호를 위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서 매년 1명 이상 사망…의료기관 미진료 아동도 다수
대구에서만 매년 1명 이상의 아동이 학대로 인해 생명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대구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1천299건에서 지난해 1천702건으로 31% 이상 증가했다. 아동 학대로 인한 사망 건수는 같은 기간 총 6명에 이른다. 연평균 1명 이상의 아이가 학대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아동 학대 검거 건수는 2021년 447건에서 2025년 634건으로 약 41% 증가했다. 실제 검거된 학대 유형에는 신체학대가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와 방임, 성학대가 뒤를 이었다. 중복학대 건수도 같은 기간 16건에서 55건으로 증가했다.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미진료 아동도 대구에만 수백 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중 절반가량인 46.8%가 2세 이하 아동이었던 점을 미뤄볼때, 의사를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운 아동의 경우 의료기관 진료 여부가 학대의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지 않은 6세 이하 아동은 총 396명이다. 그중 2020년생이 99명으로 가장 많았고, 25년생도 10명이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검진 미검진 아동은 350명에 달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전국 6세 이하 아동 5만8천명에 대해 전수 조사에 나섰다. 대구 역시 이에 발맞춰 지자체별로 오는 7월까지 예방접종 미접종, 의료기관 미진료, 영유아 건강검진 미검진 아동 총 1천134명을 방문 조사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가해 10명 중 8명 '부모'…'반복 발생' 경향
전국의 아동 학대 신고 건수 역시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아동 학대 신고는 2020년보다 18.9% 증가한 5만242건에 달했고, 학대 판정 건수는 절반에 가까운 2만4492건에 이르렀다. 최근 5년간 학대 사망자 수는 연평균 약 41명에 달한다.
2024년 기준 학대 가해자 중 부모가 84.1%를 차지한 것처럼 아동 학대 가해자의 대다수는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대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학대 의심으로 2회 이상 신고된 아동은 총 6천795명으로, 그중 114명의 아동은 10차례 이상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아동 학대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아동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개정안에는 아동 학대 의심 사망 사건을 분석하는 특별위원회 설치와 보호대상아동 후견 선임을 활성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아동학대살해·치사 범죄의 법정형을 강화하는 법 개정과 아동 학대 조사·판단을 담당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력 보강, 학대피해아동쉼터 확충 등 대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아동 학대 사망자를 2029년까지 30명 수준으로 27.5%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숨겨진 환경' 속 학대…발견·조치·보호 3박자 맞춰야
지역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가 가정 등 외부의 개입이 어려운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기 발견과 보호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일 "아동 학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구한의대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아동학대 예방과 아동복지를 위한 예산 및 시설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41명의 아동학대 사망자가 발생했고, 학대행위자 80% 이상은 부모가 가해자였다"며 "아동학대 범죄는 조기 발견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의심 징후가 있다면 즉시 신고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가해자와 아동을 즉시 분리하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에는 학대피해아동 쉼터가 총 4곳 수준으로, 각각 정원이 5~6명에 불과해 장기 보호가 어렵고 아동이 빠른 퇴소 압박을 받는 등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며 "쉼터를 유형에 따라 분리하고, 학대 유형별 특화 시설 확보와 복합 트라우마 치료 등 치료 중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