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세상 속으로 내던져졌다고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1927)에서 말했다. 그가 독일어로 '게보르펜하이트'(Geworfenheit)라 한 것을 한자로 '피투성'(被投性), 우리말로 '내던져졌음'으로 번역했다. 애초에 이유가 없었거나, 이유가 있었어도 그 까닭을 모른 채 세상에 내던져진 것이다.
피투성을 어떤 이는 운명 또는 팔자라 부르고, 어떤 이는 섭리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무엇으로 부르든 간에 우리가 내던져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사람은 환경이 주는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의지의 이면(裏面)에는 장래를 위해 매 순간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고 있는 우리의 현존재(Da-sein)가 있다.
가끔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달리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판단과 선택은 늘 미래로만 열려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며 한탄하거나 자책하며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나간다. 판단과 선택이 개인사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해 그것들이 필요할 때도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가 6월 3일에 치러진다. 주민의 생활과 정치를 연결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제1회 지방선거가 1995년 6월에 치러졌고 초대에 한해 임기를 3년으로 정했으므로 지금까지 8회에 걸쳐 31년이 경과하고 있다.
지난 31년간 지역 특성에 맞는 주민 생활 밀착형 정책 추진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왔다. 예를 들면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 주도하에 생활체육센터, 도서관, 공원 같은 지역 사업들을 통해 시민들의 복지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한편 지방선거가 지역 숙원 사업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정부와 국회에 보내는 역할도 해왔다. 지방선거의 승패가 국회의원과 각 정당의 지역 내 힘과 평판을 보여주므로 중앙정치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이렇게 중대한 의미를 지니므로 유권자들은 후보자와 후보자가 속한 정당의 능력이나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연, 학연 및 지역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남이 찍으니 따라 찍는 맹목적 군중심리도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은 판단하고 선택하는 개인이 되고자 스스로를 도야(陶冶)해야 한다.
우선 여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대통령과 다수 여당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역 숙원 사업인 대구경북 통합, TK 신공항 건설 사업, 대기업과 공기업 본사 또는 지사 유치 등을 위해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도움을 이끌어낼 힘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22대 국회에서 보아왔듯이 다수 여당의 독주가 도를 넘을 때가 있었다. 지난 3월 매일신문 칼럼에서 필자가 지적했듯이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사법개혁 3법'에는 문제가 많다. 게다가 삼권분립과 사법질서를 흔들 수 있는 '공소 취소 특검법'도 선거를 의식해서 유예하고 있는 듯하다. 김부겸 후보는 지난 3일 "법안 처리에 신중해 달라"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특검법만은 앞장서서 막겠다고 공약할 필요가 있다.
야당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는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경제전문가라는 점이 장점이다. 인공지능,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로봇, 바이오 같은 신산업을 키우고 전통 주력 산업은 디지털 스마트화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러한 청사진을 실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지 더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데 추경호 후보는 지난 12·3 계엄의 밤에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의 처신에 불확실성이 있었다. 그래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점이 중도로 외연을 확장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더 구체적으로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소명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양쪽 모두 일장일단을 지니고 있다. 대구시민들이 시장 선출이 미칠 정치·경제적 효과를 살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믿는다. 이번 선거가 시민 각자에게 '판단하는 개인의 회복'을 위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